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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Oct 16. 2024

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42화

온정이 있는 나라 르완다~!

온정은 따뜻한 사랑과 인정이라는 말이다. 르완다 사람들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나는 온정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부르고 싶다. 헬로~! 손을 흔들어주기만 해도 하얀 치아를 맘껏 드러내며 웃는 사람들. 오늘 함께 한 행사에서도 나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어우러져 긴 시간을 보내면서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저들만의 끈끈한 정을 보았다. 그것은 점점 개인주의가 되어가는 우리 사회가 본받을만한 가치 있는 일이었다. 르완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행사에 외국인을 초대하고 싶어 한다. 행사에 외국인이 온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기 때문이. 그래서일까 남편은 직원들의 다양한 행사에 자주 초대를 받았다.



주일이라 우리도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데도 꼭 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남편과 함께 일하는 직장(NIRDA)의 팀장님 아들이 오늘 침례를 받는 날이란다. 예배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차량까지 보내 우리 부부를 픽업해 주겠다는 것이다. 오후 시간이면 예배도 다 끝나갈 텐데 굳이 초대를 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지만 일단 남편 의사를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역시나 금방 도착한다는 차량은 20분이 넘도록 우리를 땡볕에서 기다리게 한다. 슬슬 부아가 났다. 우리 아이들도 세례를 받았지만 이렇게 손님까지 초대를 한다니 참 별스럽다는 생각까지 사실 들었다. 다음부터는 거절 좀 하지~~ 당신 이렇게 인기가 많아?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내심 투덜거리는 마음이었다.


차량이 어찌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는지 이곳이 산을 깎아서 만든 나라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중심 도로를 벗어난 길은 거의 대부분이 붉은 황톳길로 이어진다. 바람에 날리는 붉은 가루가 집을 덮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시골 정서를 불러올듯한 정겨운 길이다. 공항에서 내려다본 르완다는 숲과 잘 어우러져 정말 서정적이고 아름다웠다.


알고 보니 오전에 성당에서 침례 예식을 했고, 지금은 집에서 2부 축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동승한 동료 아나클레트는 지금 차량이 가는 곳이 이자리 마운틴이라고 했다. 자칫 한국어처럼 들리는 발음이다. 거의 산꼭대기에 이르러 차량이 멈출 무렵 슬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활짝 열린 하얀 대문사이로 잔칫집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거실은 예쁜 꽃 장식으로 치장되었고 일찌감치 자리한 손님들이 앉아있다. 우리는 안내하는 대로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다행히 아나클레트가 있어 어렵지 않게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었다. 남편과 직장 동료인 그는 벌써 몇 번이나 만난 적 있고 성격이 좋아서 말이 서툴러도 웬만하면 다 통했다.


오늘의 주인공 MPANO kian kyrie
주인공과 첫 대면

2024년 10월 6일(주일) 오늘 침례를 받은 주인공은 꼬마 신사 MPANO kian kyrie다. 갸름한 얼굴에 동그란 눈을 가졌고 멋진 감색정장 슈트를 입었다. 언뜻 보아도 애지중지 키우는 외동아들의 티가 물씬 났다. 빨간 자동차를 타며 손님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다닌다. 처음에는 나와 눈 마주치는 것도 피하더니 웬걸, 함께 사진 몇 방 찍고부터는 영 달라졌다. 자신의 특별한 날을 즐기는 듯 사진을 찍으면서 포즈도 취한다.


기도시간

가족과 친지, 그리고 이웃주민들이 모여 축하하는 오늘 행사는 기도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닮고 싶어 눈을 떴는데 저들이 기도하는 모습이 어쩌면 저렇게 신실하게 보이는지 내가 더 감동을 받았다.


축복의 시간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친지들이 아이를 안고 있는 부모님을 향해 빙 둘러서서 촛불을 붙여주며 축복하는 것이었다. 활활 타오르는 촛불처럼 믿음도 자라나고 잘 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을 담은 것일까. 그리고 우산을 펼쳐 들고 있는 이 장면은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그늘 아래 있다는 것이 아닐까 나름 짐작해 본다.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셨던 하나님의 은혜를 소망하는 듯했다.


케이크 커팅식
선물을  받으며 (좌) ,  귀여운 꼬마손님들(우)
손님으로 온 쌍둥이 형제(좌), 인사를 하는 나와 남편 (우)

선물을 가져온 사람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는다. 엄마 품에 안긴 오늘의 주인공은 오랜 시간을 저러고 있는데도 의젓하니 카메라를 응시한다. 르완다에 와서 느낀 것은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긴 시간을 잘 견딜 줄 안다는 것이다. 내가 르완다에 와서 배운 점이 바로 이것이다. 문명이 발달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밀함을 더하게 한다. 아이들은 기기에 노출되지 않아서 자기들끼리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어른 또한 그렇다. 이렇게 모인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요즘 보기 드문 참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 같았다.


축하 시간이 끝날 무렵 많은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남편이 축복기도를 했다. 남편은 초대받는 집에 합당한 기도문을 늘 작성하여 그 가정에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게 차려진 식사

식사를 가져오는데도 질서가 있었다. 연장자부터 나가고 그리고 우리가 안내를 받았다. 4시가 넘은 시각이고 점심도 안 먹어서 배가 고플 텐데 아이들조차 누구 하나 먼저 나가려고 하지 않았고 자기 순서가 올 때까지 제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현관 앞에 놓인 음식을 접시에 담아 왔다. 르완다의 현지 음식 멜랑제인데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이 아주 맛이 있었다. 특히 닭고기 훈제 요리가 입맛을 당겼다.


요란하게 퍼붓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우리는 식사를 끝내고 먼저 일어섰다. 우리를 초대해 준 팀장님은 차량으로 집까지 가는 길을 세심히 배려해 주었다. 집으로 오면서 참 많은 감정이 오고 갔다. 비록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저들의 삶이 우리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떠나온 다음에도 모인 손님들은 오랜 시간을 머물다 갈 것이다. 점점 개인주의가 되어가는 지금, 요즘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따뜻한 마음과 진솔한 이야기가 르완다에는 있다. 그래서인지 르완다에 온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이곳이 마음이 편하다고 얘기를 한다. 시간을 겪을수록 선량한 사람들이다.


작별인사를 나누며

집에 가려고 나오면서 할머니들과 다시 인사를 했다. 내 손을 잡고 뭐라 뭐라 하시는데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눈빛으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새 할머니들과 정이 들었다. 고국에 계신 나의 어머니처럼 나는 할머니들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할머니들과 찍었던 이 한 장의 사진이 이렇게 푸근할 줄이야~!!!



저녁 7시가 다 되어갈 무렵 집에 도착했다. 우리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축복의 자리에는 꼭 가줘야 한다는 남편 말이 맞았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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