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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철 Jun 14. 2023

한양관문길에서 인덕원길까지

삼남길 제1길과 제2길을 걷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걷기 좋은 길에 대한 추천을 보고 따라 걸어온 길이 경기옛길 중 삼남길 제5길이다. 제5길을 걷고 나서 삼남길 전체를 걷는 계획을 세웠으나 계획한 날마다 일이 생겨 미루다가 토요일에 모든 것을 우선하여 결행하였다. 

오늘 걸으려는 길은 삼남길 제1길인 한양관문길과  제2길인 인덕원길이다. 

삼남길의 총길이는 98.5Km이지만 오늘 목표는 한양관문길(9.7Km)와 인덕원길(4.5Km)을 합한 14.2Km이다.

한양관문길의 첫 출발점은 남태령역 2번 출구이다. 내가 남태령역에서 전철을 내려 2번 출구를 향해 걸어가는데 출구 계단 옆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타는 사람이 없이 문 만 열려 있어 얼른 승차했다. 엘리베이터를 나와 큰길 쪽으로 눈을 돌리니 작은 도로표지판이 보인다. 과천대로 그리고 밑에는 작은 숫자가 쓰여 있다. 모바일 앱에서 확인했던 과천대로라 믿고 몇 걸음 걷고 주변을 살피니 안내판도 없고 걸을 만한 길도 아닌 듯하지만, 주택가를 지나는 길이 오래된 길 같아 무조건 길 따라 걸었다. 확인 없이 이렇게 걷기 시작하는 것을 후회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잠시 후에 길은 막혀 있고 작은 칸막이 판잣집들 사이로 샛길이 보여 무작정 사잇길로 걸었다. 서울 남태령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마치 육이오 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달동네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길을 잘못 든 느낌에 목표를 큰길 방향으로 잡고 좁은 길 사이로 걸어가니 길옆에 앉아 있던 할머니들이 낯선 방문객을 이상한 듯 쳐다보지만, 모른 척하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4212번 차고지를 지나 다시 큰길로 나와 길가의 벤치에 앉아 다시 앱을 켜고 위치 확인을 했다. 2번 출구로 나와서 남태령 정상 방면으로 편하게 걸어가면 될 것을 계단을 오르기 싫어 엘리베이터를 탄 대가와 작은 도로표지판을 내 맘대로 읽고 해석한 대가로 30분을 헤매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시 운동화 끈을 조이고 출발하니 얼마 걷지 않아 길 오른편에 삼남길 표시가 이번에는 제대로 걷고 있음을 알려준다. 삼남길표시는 서울방향은 초록색으로 반대방향은 주홍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비록 이제는 오래되어 색이 바랬지만 그래도 붉은 주황색의 리본이 길 안내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남태령은 퇴직 후 잠시 다니던 회사가 서초동에 있어 매일 이 길을 차로 다녔지만 걸어 넘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은 수도방위사령부가 남태령에 있다고만 알고 있다가 걸으면서 좌우를 살펴보니 좋은 위치에 자리한 것이 이해되었다.

정상에서 올라서니 도로 중앙에 남태령 비가 있다. 멀리서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조금 내려오니 남태령 옛길 표지석이 보이고 왼쪽 숲길에 한양관문길 표지판이 있다. 처음으로 스탬프를 찍고 기록하며 다음 목적지인 온온사로 출발이다.

과천동 주민센터를 지나 용마골로 접어들었다. 계곡을 따라 걷는데  길은 출입금지가 되어 있고 좌우를 살피니 산불감시초소 뒤로 삼막길 표식이 보인다. 계곡을 따라 조금 올라가자 어젯밤에 비가 와서 파여진 곳이 물이 차서 건너기 힘든 곳이 여러 곳이고 길 표시가 안 보여 불안하지만, 계곡 따라 계속 올라갔다. 한참을 올라가도 표식이 안 보이고 계곡 길은 좁아지며 걸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포기하고 다시 내려왔다. 산불감시초소까지 다시 내려와 방향 표시를 확인하고 계곡을 따라 다시 올라갔다.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 축대 중간쯤에 삼남길 서울 방향인 초록색 표시가 있고 반대 방향의 주황색 표시가 없어 반대쪽을 바라보니 작은 소로에 리본이 달려있다. 여기서 계곡을 벗어나 산길로 가야 하는데 이 길을 못 보고 그냥 계곡 따라 걸은 것이 또 실수다.

소로길에 접어들자 이순신길, 관악산 둘레길 등 비슷한 색의 여러 가지 리본이 달려있는데 보일 때마다 걷는 속도를 줄이고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걸으니 지정된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걷기 편한 트레킹이 되었다. 능선을 넘어 큰 도로에 도착하자 여기가 과천에서 남태령으로 넘어가는 도로이다. 능선과 도로가 만나는 곳에는 삼남길 표시가 정확히 되어 있고 도로표지판이 온온사 방향을 가르켜서 오류 없이 온온사에 도착하였다. 온온사 앞 도로는 예전에  큰길이 막히면 샛길로 다니던 길로 과천시 건물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으나 그 뒤에 온온사가 존재하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온온사에서 두 번째 스탬프를 찍고 경기옛길 앱에서 문화유산 방문 인증을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앉을 자리를 찾던 중 눈에 뜨이는 것이 과천시 문화해설사이다. 온온사에 관한 해설을 부탁하여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온온사는 인조 27년 현감 여인홍이 처음 세웠고 몇 차례 중수가 이루어지다가 정조가 그의 아들 사도세자의 묘를 화성으로 옮겨 헌릉원이라 고쳐 부르고 참배하러 갈 때 이곳에서 쉬었다 갔다고 한다. 정조가 객사에 머물 때 이곳에서 경치가 좋고 쉬어가기가 편하다고 하여 객사 서헌에 온온사를 객사 동헌에 부림헌이란 친필 현판을 하사했다. 그 후 1986년에 복원되었으나 옛 온온사의 건물 형태를 알 수 없어 전남의 낙안객사를 본떠 정면 9칸 측면 2칸의 팔각지붕 중앙에 맞배지붕을 얹어 놓은 형태로 지었다. 이 설명을 들으니 지은지 몇십 년 안 되어 보이는 것이 이해되었다. 입구에 6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당시 기념 식수로 추정되어 특이하다. 

온온사를 나와 과천향교를 향한다. 과천향교는 관악산 등반로 초입에 있던 건물로 멀리서 보기만 하고 스쳐 지나갔던 곳이다. 온온사에서 나온 후로는 도로에 삼남길표시가 잘되어 있고 다음 목적지 위치를 아는 상태라 편하게 도착하여 과천향교를 둘러본 후 바로 가자우물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경기옛길앱에서 문화인증을 하여야 하나 그냥 지나쳐서 다음날 다시와서 문화인증을 하였다. 

과천향교를 지나 가자우물까지는 정부청사 앞길로 걷는 도로길이라 6월의 햇볕이 따갑기는 해도 길을 잘못 찾을 염려가 없어 편하게 걸을 수 있었고 물맛이 훌륭하여 정조가 벼슬을 내릴 정도의 우물에 대한 기대감으로 쉼 없이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자우물에서 시원한 물 한잔을 기대하고 간 나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우물터만 현대식으로 멋 부리며 건축되었고 과거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더구나 시원한 물을 기대했던 나는 물을 먹을 수 없는 현실에 낙망하고 돌아섰다. 

가자우물에서 인덕원 옛터까지는 큰 도로 뒤편의 산길로 가야 하지만 가자우물에서 실망한 나는 그냥 큰길 도로를 따라 인덕원역에 도착했다. 인덕원 옛터는 인덕원역 4, 5번 출구 사잇길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면 있다. 현재에도 인덕원 옛터를 알려주는 표석이 남아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여기가 한양관문길의 종착이며 인덕원길의 출발점이다. 인덕원은 일찍부터 교통의 요지였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았고, 자연적으로 주막과 가게들도 많이 생겨났다. 아직 요식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인덕원 옛터에서 백운호수까지의 인덕원길은 학의천을 따라 걷는 길이다.

인덕원 옛터에서 학의천으로 가는 길은 알고 있어 주변을 살펴보지 않고 그냥 학의천으로 넘어갔다. (스템프를 찍는 일을 빼 놓아 다음날 과천향교와 함께 다시와서 스템프인증을 하였다.)  한낮의 가장 뜨거울 시간이지만 그래도 학의천에서 부는 바람이 더위를 가셔주고 있어 별문제 없이 백운호수 입구까지 무난하게 도착했다. 다만 이 길은 학의천을 중심으로 오른쪽길을 이용하거나 왼쪽 뚝길을 조성하여 나무그늘 밑으로 걸으면 한여름 땡볕에서도  수월하게 걸을 수 있을 듯하다.

백운호수  주차장에 도착하니 여기가 인덕원길 종점이다. 인덕원길은 표식을 인식하기 쉬었고 학의천을 따라 걷는 길이라 초행이라도 다른 곳으로 혼동하지 않고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오늘의 트레킹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버스를 타고 다시 인덕원역으로 와서 귀가했다. 오는길에 트레킹 시작시 내맘대로 해석하고 걸은 부분을 반성하고 그래도 무사히 완주한 것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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