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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Oct 26. 2024

평범한 기적-당신이 오늘 보낸 일상 속엔 어떤 기적이?

우리가 보내는 하루 일상 속 기적은 내가 찾기 나름.


지금 바로 여기,

우리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 말합니다

당신이 보낸 평범한 하루에는

특별한 기적이 숨어있다는 것을


그림책 평범한 기적 속 작가의 말이다. 며칠 전 도서관엘 갔다가 형광연두빛 표지가 눈에 띄어 무심코 집었는데 제목이 내 마음에 꼭 들었다. “평범한 기적” 형광색 면지에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심히 그려져있다.

 책의 첫 장면은 길을 걷고 있던 한 여성의 일상이야기로 시작된다. 오랜만에 친구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그 친구에게 책선물을 주고 싶은데 마침 눈 앞에 책방이 있고, 또 친구가 좋아하는 책에 작가의 친필사인이 크기까지. 그녀에겐 작은 기적들이 마음 속에서 불꽃처럼 팡팡 터지는 최고의 날이 아니었을까.

 책을 산 여성의 이야기부터 시험을 망쳤지만 엄마에게도 위로를 받고 또 이모가 사온 치킨을 먹어 행복한 한 아이의 이야기까지, 한 사람의 기적은 이어달리기 속 배턴처럼 누군가의 손에서 손으로 전달된다는 따듯한 이야기다. 우리가 보내는 하루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라고 끝나는 이 책은 우리에게 하루를 보내며 놓쳐버릴 수 있는 소소한 기적들을 알아차리라는 메세지를 준다.

 나는 이 책을 다시 톺아보며 어제 내 하루를 떠올려봤다. 어제는 유난히 기운이 빠지는 날이었다. 이주 전, 에버랜드 교육자료 공모전을 우연히 접하곤 새벽같이 일어나 야심차게 작성해서 제출했다. 공모전 예선만 당선되어도 에버랜드 이용권 4매를 준다기에 부푼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제 퇴근길, 유난히 햇살좋은 가을 길을 걷는데 진동과 함께 온 문자.

 “선생님의 교육열정에도 불구 아쉽지만 이번에는 함께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문자가 내 마음에 화살처럼 날카롭게 날아와 박혔고,분명 하늘은 파란 청명한 가을 하늘인데 내 머리위에만 비를 잔뜩 품은 까만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 같았다. 바람빠진 풍선처럼 맥없이 걸으며 “새벽같이 일어나 열심히 했는데 대체 뭐가 잘못인걸까?“ 부터 시작된 부정적인 감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는 능력이 없나보다“까지 치달았다.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일까? 생각보다 상심이 컸다. 햇빛에 비친 내 그림자마저 쪼그라들어보였다.

 그러다 5분도 안되어 다시 날아든 문자. 광고문자이겠거니 넘기려던 찰나. “교육자료전에 공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선한 가을바람 아래 따듯한 커피 한잔 하세요“

 라는 메세지와 함께 커피 쿠폰 만원권이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 그 문자를 보는 순간 금방이라도 비를 퍼부을 것 같던 내 머리위 먹구름이 잠시 물러난 느낌이

들었다. 쪼그라든 내 그림자도 조금씩 펴졌다. 나는 휴대폰 속 커피쿠폰을 품에 살포시 안고 그래도 내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커피 한잔 사려 길을 걷는데 발에 밟히는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가 난데없이 내 귀로 흘러들었다. 그 소리가 너무 듣기 좋아 나는 낙엽위로 발걸음을 몇번이고 반복해 내딛어보았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눈 앞의 성취만 보고 앞만 보고 가느라, 일 육아로 반복되는 하루를 정신없이 통과하느라,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는 이 가을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구나.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기적은 어쩌면 대단한 게 아니라 가을 낙엽의 바스락 소리 같은 작은 것들인데 그런 것들을 얼마나 놓쳐온걸까?

 낙엽을 밟으며 처음으로 드넓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본다. 마치 추상화를 연상시키는 파란 바탕에 흰 물감칠한 듯한 가을하늘이 나를 반긴다. 그리고 꼭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듯 했다.

“어서와 오늘 처음 마주하지? 잠시라도 날보며 마음에 여유를 찾으렴”

 원하던 결과를 받지 못해 실망감에 무력해질 뻔 했으나 갑자기 날아든 커피쿠폰과 문자에 다시 힘을 얻고, 그 커피쿠폰을 쓰러가는 길에 우연히 밟은 가을낙엽의

바스락 소리와 추상화같던 가을 하늘은 어쩌면 내가 오늘 만난 일상 속 평범한 기적이 아닐까?

  내게 좌절감만 잔뜩 안겨줬다고 원망했던 그 낙방문자. 알고보면 내게 그 다음에 이을 기적들을  불러낸 희망의 문자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문자로 인해 나는 위에서 언급한 그림책 속 작가의 말 “당신이 보낸 평범한 하루 책에 수록된 작은 기적들이 숨어있다”라는 인생 가장 소중한 교훈을 피부 깊숙이 새길 수 있게 되었다.


 오늘도 내게 소중히 주어진 하루,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온몸의 촉수를 세워 곳곳에 숨은 작은 기적들을 부단히찾아내어 은은하고 오래가는 그런 행복을 가슴에

스미게 해야겠다.


#평범한기적

#진짜행복

#작고사소한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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