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직업병은 무엇인가요?

모든 경험이 가르침으로 이어질 때 그 하루는 특별해진다

by 이유미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지 올해로 13년 차, 나에게는 다른 직업군이 가지지 못하는 신비한 능력이 하나 있다. 작가들이 남들과는 다른 예리한 눈으로 일상의 모든 경험을 글쓰기의 재료로 보듯 나는 그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경험이 가르칠 재료로 보인다는 것이다.


교사로 재직하며 나는 반 아이들에게 매일 수업 전 10분 정도 나의 경험을 들려주고 그 속에서 얻은 교훈을 알려주고 시작하곤 하는데,그 루틴이 올해로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아이들에게 건네는 이야기의 주제는다양한 분야를 섭렵한다. 주로 내가 살면서 마주한 실패경험, 어딘가에서 받은 도움, 갑작스레 겪은 고통 등등 철저히 나를 통과한 삶의 이야기에서 정수만 뽑아내어 아이들이 살면서 겪게 될 크고 작은 고난에 도움이 될 교훈들을 전달하고 있다.


미미하다고 생각했던 그 작은 루틴들이 문득 아이들의마음을 크게 울리는 순간을 종종 마주하게 되는 순간엔 교사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온 가슴 가득 퍼진다. 해가 다르게 살얼음판이 되어가는 교직환경에서 나의 이런 직업병은, 무기력증에 허우적대는 나와 각종 스트레스로 마음이 멍들어가고 있는 아이들도 살리는 구원투수가 되어주고 있는 셈이다.


내가 해준 말 중 작년 아이들에 이어 올해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각광받는 말이 하나있다. 바로 “2차 화살을 쏘지말아라”라는 한 글귀. 이 명문장은 책에서 우연히 접한 글귀였다. 책을 읽으면서도 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말을 찾는 나의 직업병이 쏘아올린 공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도 나도 살면서 가장 많이 마주하는 것이 나의 실수나 실패인데 그런 상황에서 항상 망했다. 내가 이렇지 뭐. 라며 이미 벌어진 1차 상황에 대해 나를 더 세게 몰아붙이며 비난의 2차 화살을 쏘는 경우가 참 많은데 그럴 때 특효약처럼 쓰이는 문장이다.


교실상황에서 아이들이 공들인 미술작품을 막판에 망쳤을 경우나 단원평가에서 좋지 못한 점수를 받았을 때 나는 그 말을 비장의 무기처럼 꺼내들며 주저앉은 아이들은 다시 일으켜세운다. 그리고 또한 나도 교실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좌절의 상황들. 이를테면 갑자기 내게 들이닥치는 학부모 민원이나 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갈등. 내 앞을 가로막는 여러 장애물들에 주저앉고 싶을 때면 아이들에게 해준 그 말들을 떠올리며 벌떡 일어서곤 하니까.


최근 내 가슴을 따스하게 물들여준 한 아이의 일화가 떠오른다. 태권도 겨루기 대회를 앞두고 체급조절로 인해 점심도 굶어가며 노력했던 한 아이.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 아쉽게 겨루기 대회에 입상을 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아이의 일기의 말미에 써있던 문구.


“겨루기 대회에서 져서 속상했지만 선생님이 해주신 2차 화살 이야기가 떠올랐다. 졌다고 좌절하고 나 자신을 탓하는 2차 화살을 쏘지 말고 몇 달 뒤 있을 겨루기 대회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


그 일기를 보고 나는 13년 교직인생 처음으로 교사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내 뇌속을 뚫고 들어왔고, 또 나의 이런 직업병이 큰 빛을 발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한 편이 뜨끈한 무언가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온몸의 촉수를 세워 하루하루에 온전히 빠져들어 열심히 살아가야 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들었다.


내가 살면서 우연히 조우할 하루의 어떤 경험, 그리고 우연히 읽게 될 책에서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꿀 진귀한 교훈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방학 중에도 여전히 나의 이런 직업병은 지칠 줄 모르고 발동되고 있는 중이다. 교실 밖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내가 얻은 교훈들. 개학을 하면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이미 흘러 넘치는 중이다.


우선 얼마 전 있었던 일본 여행에서 예상치 못하게 겪은 난처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무사히 이겨낸 경험부터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게 된 삶의 지혜와 동기부여를 자극하는 책의 구절까지 말이다. 부지런히 모으고 모아 개학을 하면 하루에 하나씩 꺼내놓아야지.


내가 마주하는 모든 상황이 가르치고 배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침에 일어나니 하루가 특별한 무언가로 느껴져 가슴이 벅차오른다. 오늘 나는 어떤 가르칠 거리가 있는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게 될까? 라는 물음이 늘 내 안에 자리하고 있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 좋은 싫든 가볍든 무겁든 그 모든 것들이 가르칠 재료라고 생각하니 하루가 뭔가 의미있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좋은 직업병이랄까. 물론 늘 머릿속 촉수가 기민하게 반응하는지라 조금 피곤할때도 많지만.


오늘은 하루를 살며 어떤 가르칠 재료를 발견하게

될까? 그런 마음으로 내게 주어진 하루에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지.


당신이 가진 직업병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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