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그때로 돌아간다면 언제 어떤 순간?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기보단 지금 현재에 오롯이 머무르기

by 이유미

오늘의 세줄 쓰기 주제


다시 한 번 그때로 돌아간다면 언제 어떤 순간으로 가고 싶나요?


개학을 하면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묻고 싶은 주제이기도 해서 이번 세줄쓰기 주제로 정해보았다.


내게 누군가가 다시 한 번 그때로 돌아간다면 언제 어떤 순간으로 가고 싶냐고 묻는 다면 나는 서슴없이 육아휴직시기 어린 둘째를 키우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게 대답했을 때 누군가는 되물을 것이다. "둘째가 세상 순했나봐요"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은 단호하게 no 이다.


둘째를 낳고 나는 처음으로 육아우울증을 경험했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 5년간 온 집안의 총애를 받던 첫째의 눈치를 살피며 유독 예민한 기질의 둘째를 키우느라 나는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갔다. 하루하루가 거친 흙길을 걷는 것 같았고, 틈만나면 집에서 탈출하려 안간힘을 썼다. 둘째가 한동안 분유도 이유식도 잘 먹지 않아 몸무게가 정체기라 병원에만 가면 영양실조에 걸릴 지도 모른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고 나서부턴 나의 힘듬이 더욱 가중되었다.


둘째의 끼니때가 다가오면 손부터 벌벌 떨렸다. 두 손모아 제발 이번만은 먹어주길 바라는 간절한 기도가 번번이 어긋나던 하루하루였다.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나는 아이 둘을 떼어놓고 말없이 밖으로 나가 정처없이 방황하던 날도 잦았다. 둘째는 그렇게 순하고 예쁘다던데 라는 주변의 말은 나와는 먼 이야기였다.


가끔 내가 쓰는 기종의 휴대폰에서 00의 추억이라는 명제를 단 과거 사진들이 뜨는 경우가 왕왕 있다.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마련인데 그 중 내 시선을 잡아끄는 사진들은 단연코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그 시기의 사진들이다. 사진 속 둘째의 천사같이 해사한 모습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마음이 몽글해짐을 느낀다. 21년도에서 22년도 사이. 돌아보면 그 시기는 눈물이 마를 날 없던 시기었는 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 당시 내가 보냈던 하루하루가 머릿속 여과장치를 통과하면서 고통스러웠던 감정들은 다 걸러내고 행복한 감정들만 증류수처럼 남겨놓았나 싶었다. 사진을 보며 다시 그때로 잠시 돌아가고 싶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지금,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모든 힘듬이 퇴색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하루에도 몇 번 불길이 일던 첫째의 질투는 옅어졌고 둘째는 잘먹을때는 하루에 밥을 두 그릇이나 거뜬히 해치우는 아이로 성장했다. 지금에와 생각해보면 그때 신이 실수로 우리 두 아이들에게 몹쓸 마법을 부렸나싶을 정도로 지금의 아이들에게서 과거의 아이들의 모습을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다.


사람의 심리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인게 그 당시에는 죽도록 힘들고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 속에 허우적대는 느낌이었는데 지나고보면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아마도 지금 두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기에 할 수 있는 사치스러운 생각인가도 싶지만 그 시기가 유독 아련하고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는 요즘의 나는 그 시절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양손이 불끈 쥐어진다. 어떻게든 먹이겠다고 온갖 레시피를 찾아보고 골몰하며 이유식을 만들어내고, 손에 물마를 날 없던 기억. 질투하는 첫째의 마음을 보듬어주려 피곤함을 무릅쓰고 늘 아이의 손을 잡고 외출했던 기억. 모든 나의 촉수가 아이들을 향해있다며 불평하는 날도 참으로 많았지만 내가 없으면 온전히 먹고 자고 할 수 없는 아이들이 나를 힘내어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그때만큼 내가 열심히 살았던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몸을 쉴새 없이 움직였던 시기었다.


또 그때는 힘든 만큼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웃던 시기이기도 했다. 아이의 표정과 눈빛하나에 울고 웃고, 참새처럼 작은 입을 벌려 내가 만든 음식을 받아먹던 그 순간순간을 떠올리면 심장이 절로 저릿해온다. 힘들다고 박차고 나가고 싶은 날도 그만큼 많았지만, 그 순간들이 나를 일으켜세웠고 그 순간들의 총합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한쪽이 뜨끈해져온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라는 회한섞인 말은 흘린 물을 다시 주워담을 수 있다면 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할 만큼 부질없는 말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내게 누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라고 물어온다면 나는 그 둘째가 돌이 되기 전 치열하게 육아했던 시기라고 감히 답하고 싶다.


단 한가지 전제조건을 단다면 지금의 시선을 가진 채 말이다. 지금의 시선을 가진 내가 5년 전 나로 돌아갈 수 있다면 육아우울증이라는 것은 냅다 하늘로 던져버렸을테다. 어차피 다 잘먹게 되어있고 잘 놀게 되어있으니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았을테고, 아이가 좀 덜먹는다고, 많이 보챈다고 그 부정적인 상황에 매몰되지 말고 그 순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 집중하고, 아이의 보드라운 살결을 한 번이라도 더 매만지고, 그때만 맡을 수 있는 분유냄새에 취하며 함께 거실에서 노닐다 잠들었겠지.


아직 9살, 5살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내가 감히 할말은 아니지만, 조금 더 어린 아이들을 키우며 한창 육아집중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조금 배부른 조언이랄까. 다 지나와서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사실 나는 그 시기가 사무치게 그립다. 육아의 힘듬으로 인해 결핍이 많았던 시기라 작은 것 하나에도 감동하고 행복한 미소를 짓던 그 순간을 말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5년 후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라는 후회 속에 같은 글을 쓰지 않도록 지금 9살 5살인 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순간순간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을 유심히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요즘들어 내가 아이들을 통해 웃는 순간이 얼마나 있었더라? 생각해보니 손에 꼽을 정도다. 아이들이 컸다는 이유로 사진기를 잘 들이대지도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내 앞에서 아들이 미간을 좁히며 열심히 독서록을 쓰고 있다. 유심히 그 모습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내 시선을 의식한 아들은 휘둥그레한 눈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그 모습을 바로 사진기에 담는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내 휴대폰에서 불쑥 추억사진으로 올려주려나. 5년 후 시선으로 늘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오늘 하루다.


다시 돌아간다면 당신은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요?


keyword
화, 목 연재
이전 17화당신의 직업병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