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든 날,나를 다독일 3가지 코스를 짠다면?

힘든 나를 스스로 위안하기 위한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할 이유

by 이유미

오늘의 세줄쓰기 주제.


유독 힘들고 아픈 날, 나를 다독일 3가지 코스를 짜본다면?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온갖 먹구름이란 먹구름이 내 머리위로 몰려와 나 혼자만 비바람에 갇힌 듯한 참담한 기분이 드는 날. 방학을 코앞에 둔 월요일, 유독 그날 아침은 습하고 더운 날이었다. 교실문을 열고 들어선 내게, 가뜩이나 한여름의 열기로 오롯이 샤워하며 출근한 내게 아이들은 그 온몸의 온도를 2도쯤 더 높여놓는 충격적인 말로 나를 맞이한다.


"선생님 교실에 누가 들어왔었나봐요. 교실 뒤에 컵라면 쓰레기랑 각종 과자 쓰레기가 가득해요."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 가보니 교실 뒤 한 켠에 잡다한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왔다. 요 며칠 학교에 도난 사건이 가끔 벌어진다고 들었는데 이제 우리반 차례인가 싶었다. 황급히 행정실로 전활걸어 cctv를 확인할 수 있냐고 물었고, 교감선생님께도 사실을 알려드렸다.


가뜩이나 정신없는 월요일, 느닷없이 벌어진 사태에 나는 정신이 흐트러진 느낌으로 겨우 교탁 의자에 앉았다. 메신저를 켜서 하루 업무를 확인하는 데 내 눈을 번뜩이게 하는 메세지.


"선생반 00이가 주말에 우리 반 아이에게 문자와 통화로 욕설과 패드립(부모 모욕)을 했다고 하네요. 한 번 확인해주세요"


겨우 고쳐잡은 정신이 다시 탈출하는 순간이었다. 이틀 전에도 우리반 아이가 다른 반아이에게 비슷한 피해를 주어서 훈계를 한 적이 있었기에 일순 내 마음에선 불덩이가 일렁였다. 아이를 조용히 밖으로 불러 자초지종을 듣고 교실로 돌아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성찰문을 써오라고 했다. 교실에 돌아간 아이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던 지 내가 준 종이를 구기기 시작했다. 내 속의 작은 불덩이가 큰 불로 점화되기 일보직전이었다. 심호흡을 한 차례 한 뒤 달아오른 얼굴을 애써 숨기며 아이의 잘못을 나직이 다시 읊어주었다.


자신도 억울한 점이 있었다며 눈물로 호소하는 아이에게 그 속상한 마음은 이해하나, 그럼에도 불구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 있다며 욕설과 패드립에 대한 주의를 단단히 주곤 자리로 돌려보냈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은 아이는 마음이 누그러졌는지 조용히 자리로 되돌아갔다. 나는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교탁 자리에 다시 앉아 교실을 둘러보는 데 빈자리가 눈에 띈다. 아이의 부모에게 세차례나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는다. 혹 무슨 일이 있나 싶어 학급명부를 뒤져 아빠에 할머니까지 전화를 돌린다. 할머니까지 가서야 겨우 아이가 두통으로 인해 등교하지 못했다는 전갈을 전해받는다.


이 모든게 아침 30분도 안되어 벌어진 일이다. 세 차례의 쓰나미로 내 정신은 망망대해로 쓸려나갔음이 분명했다. 1교시 수업을 위해 펴둔 그림책과 학습지가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행히 1교시는 방학을 앞두고 안전교육방송을 한다는 메세지를 뒤늦게야 보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대로 남은 수업을 진행하다간 아이들과 내게 득이 될리 없다는 생각에 잠시 연구실로 마음의 환기를 하고 오기로 한다. 아이들에겐 조용히 방송을 듣고 있으라고 단단히 주의를 준 뒤 5분 뒤에 돌아오겠다고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심호흡을 세차례하고, 머그컵에 홍차 티백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컵 안에서 주홍빛 찻물이 은은히 퍼져나가는 것을 보며 잠시 멍을 때린다. 향긋한 루이보스향이 코끝에 스미니 갑자기 마음이 누그러진다. 차를 호로록 한 입 마시자 따스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 듯한 느낌에 안온해지기까지 한다. 시선을 잠시 돌리니 연구실 책상 위에 누군가 사온 초코케잌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라면 아침에 단 것을 먹지 않는데 이상하게 온몸이 강렬하게 그것을 요구했다. 입안에 한 입 떠넣으니 아 맛있다. 라는 말이 절로 샌다. 초코의 달달함이 입안에 퍼지니 아까의 힘들었던 순간은 눈녹듯 사라지고 달콤하다. 행복하다는 느낌만 받았다.


그렇게 5분이 안되는 시간 동안 나는 심호흡,차,초코케잌 한 입으로 아까의 잔뜩 흐렸던 마음이 개어졌다. 한층 맑아진 마음으로 곧장 교실로 돌아가 남은 5교시 수업을 원활하게 이어나갈 수 있었다. 마지막 하교 시간에 아이들과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5분의 시간의 덕택이라 생각하니 아까 잠시 연구실로 갔던 내 자신에게 무한 칭찬을 해주고 싶었던 날이었다.


늘 평탄하기만 한 삶은 없기에 한여름의 소낙비처럼 내게 갑작스레 들이닥친 이런 크고 작은 불행에 우리의 마음은 참 쉽게 다치고 무너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일을 겪는 순간, 대부분은 오늘 하루는 불행한 일만 벌어질거야. 왜 내게만 이런 일이.라면서 잠시 지나갈 사소한 불행에 잠식당하며 남은 하루도 다 망쳐버리곤 한다. 하지만 그 불행의 순간, 나를 다독일 몇 가지 코스만 알고 실행한다면 남은 하루는 더 없이 행복하게 마무리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며칠 전 내게 행했던 3가지 코스를 떠올려내며 말이다.


아이들이라도 예외가 없는 듯하다. 갑자기 자신에게 닥쳐온 불행, 또는 운나쁜 일들. 정신을 탈탈 털리게 만드는 크고 작은 사건들. 그런 아이들도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다독일 이런 3가지 코스가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아이들의 기발한 생각에서 배우는 점이 참 많기에 그날따라 나는 유독 호기심어린 눈망울로 방학식날 아침 내가 내어준 1학기 마지막 주제로 글을 쓰는 아이들을 지켜봤다.


우리 반 시아가 맨 일등으로 내게 글을 내밀었는데 아이답지만 참 깊은 생각이 들어있어 나도 공감했다. 좋아하는 인형을 안고 눈감고 있는 것. 포근한 인형을 안고 있으면 슬픈 생각이 사라진다고. 그리고 단음식먹는 것. 단걸 입에 넣는 순간 속상했던 생각보다 맛있는 생각이 든다고. 마지막으로 꼽은 것은 펑펑 울기. 속이 뻥뚫려서 좋다고. 마지막 문장엔 내가 속상하거나 우울할 때 이렇게 기분을 풀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썼는데 그 마지막 문장이 내 가슴을 깊이 울렸다. 자신이 힘들거나 슬플때 다른 누구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를 극진히 다독이는 방법을 어린 나이에 깨우친 시아. 그 순간은 태산보다 더 커보였더랬다.


이 외에도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직캠보기, 그냥 누워 자기,공책에 자신의 감정을 휘갈겨쓰며 낙서하기, 크게 목놓아 소리지르기,자전거 타기, 음악듣기, 엄마랑 안기, 책읽기 등. 자신 나름의 마음다독이기 3코스를 써보며 앞으로 자신이 우울하거나 힘들 때 그 슬픔에 녹아들어 하루를 불행하게 보내지 않겠다는 단단한 다짐을 해주었다. 아이들이 그런 행위들을 하며 스스로를 다독일 모습을 그리니 슬며시 웃음이 지어졌다.


어떤 책에서 읽기를 불행한 날이 계속 되는 것 같을 땐 그 속에서 행복한 일을 계속 찾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내용을 본 적이 있다. 한 두가지의 불행한 사건으로 오늘 하루는 망했다. 내 인생은 불행해. 라는 말로 단정지으며 자신을 한 없이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세우지 말고 그 반증을 자꾸 찾으라는 것. 이런 일이 일어나 속상하지만 또 이건 다행인 일이네. 이런 좋은 일이 생겼구나. 라며 곳곳에 숨은 행복한 요소를 보물찾기 하듯 부단히 찾으면 그날 하루는 행복하게 마무리 할 수 있다고.


불확실한 삶의 터널을 지나는 우리에겐 어떤 불행의 요소가 불시에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려도 그 불행에 맞서 자신의 마음을 다독일 3가지 코스를 평소에 단단히 장착해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충격을 덜 흡수하게 하는 완충재처럼 평소에 내가 금세 기분이 좋아지는 행동 3가지 정도를 코스요리처럼 정해두면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불행만 연달아 일어나 그 날 하루는 망친 것만 같을 때, 먼지 하나라도 탈탈 털어내는 심정으로 곳곳에 숨은 행복의 요소를 찾아내며 그래도 이만하면 좋은 하루라고 생각하며 마무리하는 자세가 매일매일 일상에서 자주 넘어지는 우리를 또 다시 일으켜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게 만드는 큰 원동력이 되어주는 게 아닐까?


하루를 살다보면 내겐 크고 작은 시련들이 자주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심호흡하기, 따뜻한 차 마시기, 단음식 먹기 등 나만의 잘 짜여진 마음다독임 코스가 있는 한 그 시련과 불행들이 아주 두렵지만은 않다. 그리고 평소에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마음이 누그러지는 지 등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잘 기울여 다양한 코스를 미리 수집해두어야겠다. 인생은 정해진 답이 없으므로 평소에 여러 해답을 마련해두는 것이 그나마 정답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니까.


당신의 마음다독임 3코스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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