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이별해본 경험을 말해줄래?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은, 충분히 울고 그리움의 대상에 대한 표현하기.

by 이유미

오늘의 세줄쓰기 주제는 바로 이별에 대한 경험이다.


이 주제를 내어준 까닭은 최근 반에서 아픈 이별을 경험한 친구가 있어서 속내를 털어놓을 기회를 주고자 함이었다.


이주쯤 전이었던가? 늘 밝고 생글거리던 아이 세현이가 얼굴이 흙빛이 된 채 등교한 일이 있었다. 아이의 얼굴은 곧 울음이 터지기 일보직전처럼 위태해보였다. 수업시간에 발표도 늘 앞장서 하던 아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쩐지 예삿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번뜩 스쳐갔다.


쉬는시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나의 물음에 아이는 두 눈에 굵은 눈물방울이 순식간에 맺히고 급기야는 광광 울어버리고 만다. 나는 아이의 울음이 그치길 잠시 기다렸다. 이내 아이는 대답했다.

"어제 밤 저희 강아지 콩순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어제 밤 퇴근한 아빠와 강아지를 산책시키다 잠시 목줄을 놓은 순간, 강아지가 차도로 뛰어들어 맞은 편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던 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은 사연이었다. 아이는 말하는 중간중간 터져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참으며 내게 나직이 읊조렸다. 그 소식을 들은 반아이들의 표정은 나와 같이 애처롭게 변해갔다.


고작 열한살 아이에게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죽음은 감당하기 힘든 큰 슬픔일 것이다. 나는 어찌 위로를 해줄까 고민하다가 얼마 전 아이에게 읽어준 안녕 팝콘이라는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마침 책이 없어 유튜브에 짧게 책 영상이 있어 보여주었다. 안녕 팝콘이라는 그림책은 배우 이준혁씨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자신의 강아지에 대한 애도를 위해 쓴 그림책이다. 어제 강아지를 잃은 우리반 아이의 사연과 똑 닮아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그 영상을 보는 동안 어제 강아지를 잃은 아이는 텅빈 눈으로 그 영상을 보았다. 같은 아픔을 가진 누군가의 사연을 보면 조금이나마 위로되지 않을까 하고. 물론 그 영상하나로 그 큰 슬픔의 구멍이 메워지지 않겠지만 작게라도 위안을 받으라는 나의 작은 노력이었다. 아이는 그 후로도 계속 훌쩍이며 겨우 수업을 이어나갔다. 그날 4교시엔 교내 미술대회가 있었는데 처음에 아이는 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투정을 부렸다. 나는 아이에게 슬픔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놓을 수는 없다고, 일단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며 토닥였고, 그 말에 겨우 연필을 든 아이는 표정없이 작품을 완성해냈다.


이주 후, 미술대회 시상이 있는 날. 그 아이는 은상을 받았다. 그제서야 아이는 웃음을 보이며 내게 말한다.

"선생님 이 상 우리 콩순이가 준 것 같아요"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차츰차츰 슬픔의 구멍이 메워진 아이는 그 전처럼 장난스러운 웃음을 되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강아지를 떠올리면 슬프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시쓰기 주제를 내어주었을 때도 자신의 강아지를 주제로 보고 싶다는 내용을 담아 썼고, 오늘의 세줄쓰기에서도 강아지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그렇게 강아지에 대한 그리움을 속으로 삭이지 않고 시와 글로써내는 동안 아이의 내면은 많이 단단해져있었다.


슬픔을 안고 있지 않고 드러내놓고 깊이 애도함으로 인해서 아이의 상처의 깊이는 점점 얕아지게 된 것이다. 나는 거기서 하나의 통찰을 얻었다. 이별을 했을 때의 슬픔은 속으로 삭일 때 보다 드러내놓고 펑펑 울고 글이든 뭐든 어떤 방식으로 겉으로 충분히 표현하면서 옅어지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를 주고선 혹여나 이별의 슬픔으로 속앓이를 하는 아이가 없는 지 알고 싶었다. 아이들의 이별의 대상은 주로 강아지, 햄스터 심지어 키우던 방울토마토 모종까지 다양했다. 수현이는 얼마 전 햄스터를 키우며 정을 많이 주었는 데 엄마가 당근마켓에 팔아서 속상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나는 갑작스러운 아이의 울음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다른 아이들의 표정은 모두 이해한다는 애처로운 표정이었다. 특히나 얼마 전 강아지를잃은 세현이가 크게 고개를 주억거렸닼


쉬는 시간 수현이는 내게 다가와서 말한다. 선생님 아까 그 얘기하고 눈물을 흘리고 나니 속상함이 조금 사라졌어요. 바로 이거였다. 내가 원한 것은. 작은 속에 숨겨둔 크고 작은 이별의 슬픔을 밖으로 꺼내보이면서 조금이라도 옅어지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 말을 꺼내며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수현이가 대단한 용기를 가진 아이처럼 보였다. 슬플 땐 그저 목놓아 울면서 자신의 슬픔을 옅어지게 만들 줄 아는 아이의 가감없는 속이 부럽기까지 했다.


아이들의 글을 다 옮겨적진 못하지만 저마다 이별을 한 경험은 구구절절 내 마음을 울렸다. 모두가 오늘 수현이의 눈물을 통해 알았다.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그저 그 슬픔을 삭이지 않고 충분히 우는 것. 그리고 세현이의 사례를 통해 느낀다. 글이든 시든 어떻게든 그리움의 대상에 대해 표현하며 충분히 애도하는 것.


살면서 우리가 마주할 크고 작은 이별은 피할 수 없고 되도록이면 마주치지 않고 싶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이별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만의 방식은 충분히 울고 글로 드러내며 그 대상에 대한 애도를 마음껏 하는 것 아닐까?


누군가 앞에서 솔직하게 눈물도 보이고, 그리움의 대상에 대해 마음껏 글로 쓰고 표현하는 용기. 아이들에게 그렇게 또 하나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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