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저녁을 먹었다는 아이의 일기에 가슴이 아팠다.

가족과 10분이라도 소중한 시간을 보내야 할 이유

by 이유미

오늘의 세줄쓰기 주제


하루 중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


이 주제는 얼마 전 우리 반 아이의 일기를 읽고 나서 영감을 받은 주제다. 일기 속 아이의 글에서는 이런 문장이 적혀있었다. 정확한 문장은 복기하기 어렵지만 대략적으로 옮기자면 이러하다.


"요즘 엄마 아빠가 바빠서 늘 늦게 퇴근을 하신다. 그래서 저녁을 온 가족이 다같이 둘러 앉아 먹는 시간이 잘 없는 것 같다. 어제도 나는 학원을 다녀와서 혼자 식탁에 차려진 저녁을 먹었다. 조금 외로운 느낌이 들었다."


짧은 두 문장 속에서 어쩐지 모를 쓸쓸함이 담뿍 배어나왔고 홀로 저녁을 먹었을 아이를 떠올리니 가슴이 애잔해지기까지 했다. 엄마 아빠가 소방관이시라 특히나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는 우리반 여자아이의 일기. 게다가 이 아이는 외동이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편이었다. 가끔 수업을 하다 그 아이의 텅 빈 눈을 접한 적이 있는 데 바로 그 이유인가 싶었다. 하루 중 유일하게 가족과 느긋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라면 바로 저녁인데 그 시간마저 혼자 보내야 하는 아이의 설움은 가만히 그려만 봐도 마음이 아려온다.


우리가 늘상 맞이하는 하루 24시간을 여행가방에 비유해보면 그 중 삼분의 일은 자는 시간으로 채워지고 나머지 삼분의 일은 일하거나 학교가는 시간 그리고 나머지 삼분의 일도 이런저런 준비시간으로 채워진다. 가족과 함꼐 할 시간은 가방에서 아마 끄트머리 아주 작은 여유공간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 작은 여유시간 마저도 가족과 온전히 보내지 못하는 집안도 많을터.


맞벌이인 우리집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바로 저녁시간이다. 각자 유치원 학교 일터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맞이하는 온전한 가족과의 시간. 하루종일 눈도 제대로 못맞추던 우리가 그나마 반찬을 함께 집어먹으며 눈빛을 교환하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바빠도 저녁시간만은 함께 보내고자 온몸이 천근만근임에도 마른 수건을 쥐어짜내는 심정으로 힘을 다해 저녁을 차린다. 그렇게 내가 한 저녁으로 한 상이 차려지고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에 가족들이 하나 둘 모여앉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


남편과는 오늘 하루 중 있었던 속상하거나 기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보듬고, 첫째에게는 학교에서 있었던 인상깊은 일에 대해, 둘째에겐 유치원에서 먹은 점심 등을 물으며 서로의 마음 속에만 끌어안은 이야기들이 식탁 위로 자유롭게 노니며 잠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이마저도 잘 안되는 경우도 많다. 예상치 못하게 퇴근이 늦어지거나, 갑자기 남편의 회식이 잡히거나, 아들이 학원행사도 늦게 오거나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같이 둘러앉는 저녁시간을 지키려 애쓰는 편이다. 함께 하는 10분의 시간이 주는 안온함이 우리의 다음날 하루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지 피부깊숙이 체감하기에.


아이들에게도 세줄쓰기 주제를 주며 물어보았다. 하루 중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어느정도인지. 또 그 시간엔 무얼하는지. 아이들의 글을 보니 내 예상처럼 대부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보였다. 어떤 아이는 내게 "무조건 모든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적어야해요?" 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성장해갈 수록 함께 하는 시간은 그에 반비례하여 적어질 수 밖에 없으니 모두가 이해가 갔다.


4학년이 되면서 학원을 늘리는 바람에 저녁도 학원근처에서 먹는 경우도 있었고, 엄마아빠가 주말부부라 아빠를 주말에서야 보고 그마저도 밖에서 외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아빠가 사업을 하셔서 매일밤 늦게 들어오시는데 아빠 얼굴을 못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또 엄마가 야간근무조로 간호사일을 하시느라 아침에서야 엄마얼굴을 보는 경우도 있다고. 세줄쓰기 공책에 쓰인 아이들의 다양한 사연을 보며 어쩐지 마음이 슬퍼졌다. 대부분 아이들의 맺음말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글을 쓰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였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검사를 맡으러 나온, 내게 영감을 준 그 아이의 세줄쓰기 속엔 이런 글이 씌여져있었다.

"엄마아빠가 바빠서 함께 시간을 잘 못보낸다. 하지만 엄마가 잠들기 전에 내게 오늘 학교에서 점심으로 뭘 먹었니?는 꼭 물어보시는 데 그렇게라도 엄마와 짧게 나누는 그 시간이 소중하다."


아이의 성격답게 무미건조하게 씌인 그 세 줄을 보고 난 뒤 내 눈엔 살짝 물기가 어렸다. 한동안 아이의 얼굴을 보며 조용한 식탁에서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밥을 먹는 모습이 계속 잔상으로 떠올라 마음이 아팠는데 그 세 줄을 보고 난 뒤엔 아이의 얼굴에서 잠들기 전 엄마와 도란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장면으로 화면전환이 되었다. 그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짧게라도 엄마와의 시간을 보내며 뭉근하게 사랑을 느끼고 있구나 싶어서.


그 아이의 세줄쓰기를 보고 나서 아이들에게 나직이 말했다.


"얘들아, 부모님들이 모두 애쓰시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다 잘 알고 있지? 야간근무를 하며 잠을 이겨내고, 뜨거운 불길과 맞서 써우기도 하시고, 가족과 멀리 떨어져 외롭게 일하시는 이유는 바로 너희들 때문이라는 걸.


그런 상황 속에서 현실적으로 가족 모두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 수 없는 건 당연한 사실이야. 하지만 단 10분이라도 엄마아빠와 눈맞추고 대화를 나누고, 그도 안되면 자기 전 5분이라도 오늘 부모님이 일터에서 드셨던 점심, 우리가 점심에 먹은 급식에 대해 질문을 나누며 서로에게 온기를 채워주는 게 어떨까?


그 말에 아빠가 서울에서 일하셔서 주말에만 오시는 데 매일 어떻하냐고 풀죽은 목소리로 한 남자아이가 묻는다. 바로 옆에 앉은 여자아이는 잽싸게 그 질문을 낚아채며 대답한다.


"영상통화로 물어보면 되지!"

너무나 당연한 대답이지만 그 남자아이는 아 하는 작은 탄성과 함께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오늘 저녁에 아빠에게 전화해서 꼭 물어보겠다고 나직히 읊조렸다.


나는 그 아이를 바라보며 빙긋이 미소지으며 다음의 말을 이어나갔다.


"질문이란 건 거창할 거 없어. 엄마아빠 오늘 점심 뭐드셨어요? 뭐가 제일 맛있었어요?라고 말이야. 그 당시엔 심드렁하게 대답하실지라도 내일 아침에 일어나선 어제 받은 그 질문으로 좀 더 힘을 내어 일을 나가실 수도 있으니까."


나도 가끔 저녁시간을 온전히 보내지 못한 날이면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 잠들기도 하는 데 그게 생각보다 큰 힘이 있었다는 걸 느꼈다. 그 순간엔 모르지만 아침에 출근해서도 뭉근하게 느껴지는 어제 함께 한 10분의 시간. 미약해보이지만 그 10분이라도 매일매일 쌓이면 아이들에겐 어느 새 마음 속에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탑으로 자리잡아 든든한 지지대의 역할을 해줄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가족과의 시간을 언급하며 내 마음 속으로도 작게 되뇌인다. 아이가 클 수록 늘어나는 학교와 학원시간 탓에 지금 겨우 명맥을 유지중인 저녁시간도 위협받을지 모르지만, 단 10분이라도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며 마음 속에 든든한 탑을 쌓아주어야겠다고.


그리고 피치 못할 상황에서 외로이 저녁을 먹는 순간에도, 여태껏 가족과 함께 한 따뜻한 저녁식사시간을 머릿 속으로 아련히 떠올리며 그 외로움이 옅어지게끔 지금이라도 열심히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자고 말이다.


당신이 가족과 온전히 보내는 시간은 언제고 어느 정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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