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만난 다정함들

아침마다 나를 향해 건네는 예쁜 행동들

by 이유미

비오는 아침, 함께 하는 등교길에 아들이 실내화 가방을 놓고 왔다며 울먹인다. 하는 수 없이 가던 길을 돌아가는데 화가 치민다. "그러게 나오기 전에 실내화 가방 잘 챙겼어야지." 이제와 소용없는 말은 허공을 맴돌고 아들은 그런 내말에 금세 얼굴이 시무룩해지더니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고야 만다. 실내화 가방을 아이 손에 들려주고 겨우 달래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침부터 아이 등교 등원으로 진을 빼면 유독 하루의 시작이 무겁게 느껴진다. 터덜터덜 교실로 들어와 앉았는데 눈 앞에 아이스티 하나와 칸쵸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물어보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가끔 내게 작은 간식과 함께 분홍색 포스트 잇에 선생님 힘내세요 라는 쪽지를 두고 가는, 우리반 우렁각시 아니 우리반 우렁소년 우재다.

우재는 학기 초 충동조절을 어려워해서 내 속을 많이 끓게 만든 장본인이다. 겉으로 보면 거친 행동에 속도 거칠겠거니 지레 짐작했던 아이였지만 지내다 보니 속은 복숭아 속살 처럼 참 보드라운 아이였다. 늘 학급봉사에 앞장서고, 내게 작은 간식을 내밀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등, 다른 사람을 향해 건네는 다정함, 즉 주는 기쁨을 뼛속깊이 알고 실천하는 아이다.

누군가를 향해 건네는 다정함의 효과일까? 우재는 2학기 들어 1학기에 비해 충동조절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뭐 가끔은 화를 조절못해 친구와 옥신각신 잦은 다툼은 있지만 책상을 치거나 벽을 발로 차는 등의 행위는 거의 사라졌다. 무튼 우재는 매일같이 자신의 손에 서 나온 ,누군가를 향한 다정함의 손길을 곳곳에 뻗치며 자신의 선한영향력을 몸소 실천 중이다.

유독 힘든 출근길이었던 오늘, 우재의 변함없는 다정함이 유독 빛을 발휘했다. 작은 메세지와 간식에 나는 몸속 어디에선가 힘이 불끈 솟아오름과 동시에 마음에 온기로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우재에게 다른 친구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싱긋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우재외에도 늘 알림장 감사일기에 선생님 오늘 5교시 동안 목터져라 수업해주시느라 감사했습니다. 라고 늘 나를 향한 노고를 잊지 않는 세현이.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는 귀여운 여우짓인 줄 알면서도 선생님 오늘 대학생 같아요. 항상 빛이나세요. 등 나를 향해 기분좋은 칭찬을 하루도 빼놓지 않는 윤서. 아침에 일찍와서 늘 내 컴퓨터를 켜놓으며 작은 배려를 매일 실천하는 승민이. 이 아이들이 매일 내게 보여주는 다정함이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큰 동력이다.

다른 어떤 곳도 아닌 내가 몸담고 있는 일터인 교실에서 이런 다정함의 꽃들이 피어나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노라면 툭 하면 여기저기서 불거져나오는 뾰족뾰족 내 마음 속 가시들이 자주 부드러워진다. 다정함의 근원인 아이들의 마음 속도 나와 같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 이 다정함이 부디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 농도가 짙어지길 작게 바래본다. 그러다보면 학교 전체 아니 이 세상 전체도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뻗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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