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카라멜 하나에 연결되는 마음들
어제는 딸아이가 발레학원을 가는 날. 늘 학원을 가기 전 가기 싫다며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는 게 자주 힘에 부친다. 그래서 가끔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 작은 간식들을 사들고 가곤 하는 편이다. 어제는 말랑카우 딸기맛 한봉지를 사서 아이에게 쥐어주었더니 시무룩했던 얼굴에 금세 미소가 피어오른다. 말랑카우라는 구원투수 덕에 월요일임에도 학원가는 길이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다.
학원을 가는 길 뒷좌석의 아이는 뭐가 그리 신났는 지 하츄핑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러면서 내게 하는 말. "이거 학원 친구들 나눠줄거야" 친구들에게 나눠 줄 생각에 유독 신이난 모양새다. 발레 수업이 끝나자 마자 아이는 내게 말랑카우를 달라고 채근했고 아이 손에 들려주자 마자 그 말랑카우는 수업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의 고사리 손에 일파만파 전해졌다. 언제 그리 부지런히 나눠줬는지 엘레베이터에 함께 탄 낯선 아이의 손에도 말랑카우가 쥐어져있다. 딸에게서 말랑카우를 건네받은 아이의 엄마는 내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엘리베이터 안 적막함을 일순 깨뜨렸다.
그 한마디가 대화의 물꼬를 터주었고, 그 아이의 엄마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기에 이르렀다. 그 아이의 엄마가 6개월 된 아들을 키운다는 사실. 첫째와 6살 터울이라 힘들다는 사실. 오늘은 독박이라는 사실 등 찰나의 순간에 다양한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 시기를 지나온 나는 다 안다는 듯 몸 챙겨가며 하시라고 수고가 많다며 살포시 위안의 말을 꺼낸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월요일을 보내며 피로했던 서로의 얼굴에 은근한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다. 서로 월요일 저녁 무사히 보내자는 작은 응원을 보내며 헤어진다. 신기하게도 낯선 누군가와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기분이 살짝 전환되는 느낌이 든다. 아이가 건넨 말랑카우 하나가 그 매개체가 되어 평생 알지 못하고 지나가버릴 뻔 했던 학원 반아이의 엄마와 연결될 수 있는 끈이 되어주었다.
얼마 전 아이들이 가끔 보는 뚜식이라는 만화에서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새학기에 아이들이 마이쮸 한 봉지를 사서 반 친구들에게 하나씩 건네는 장면.마이쮸를 주고 받으며 대화의 물꼬가 터지고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기도 하는 등 친구 사이의 끈을 이어주는 단단한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딸아이는 그런 마이쮸의 기능을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는 영민한 아이임에 틀림없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건네는 작은 간식 하나가 친구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서먹서먹하게 지나갈 사이인 어른들의 사이도 이어준다는 사실을 5살에 터득했으니 말이다.
낯선 누군가와 대화하기 어려울 때, 누군가의 마음을 살짝이라도 두드리고 싶을 때 나도 딸아이의 말랑카우 권법을 종종 써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