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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Mar 17. 2024

같은 학교지만,입학식은 못가

설레는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엄마와 찍은 사진 한장 없던 그날

 올해부터 나는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닌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나는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첫째를 위해 소위 초품아로 불리는 학군지에 이사오게 되면서 아이를 같은 학교에 데리고 다니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입학식 전날,아이는 엄마와 함께 학교에 다닌다는 꿈에 부풀어 긴장감보다는 설렘이 더 커보였다.

 “엄마, 내일 엄마랑 같이 입학식가요?”

나는 아이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조용히 고개를 내젓는다.

 “00아, 엄마는 내일 4학년 누나형들 첫 날이라 입학식 못가. 대신 할머니가 오실거야 할머니 손 잡고 입학식 잘해야해”

 다행히 아이는 큰 실망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나는 첫째 아이를 어머니께 맡기고 입학식에 참여라도 할 것 처럼 트위드 셋업 차림으로 출근했지만 입학식장 대신 4학년 교실로 성큼 들어간다. 늘상 출근하는 일터지만 오늘따라 새롭다. 운동장에 붙어 있는 입학을 환영합니다 현수막, 2층 강당에 세워진 오색찬란한 환영 풍선장식들.


작년엔 그저 하나의 학교 행사처럼 무심히 보아넘기던일상적인 풍경이 오늘따라 특별하게 다가온다. 꼭 내 아이를 위해서만 차려진 특별한 이벤트 처럼 느껴진달까?


  입학식이 시작되는 열시반, 나는 반아이들에게 자기소개 삼각이름표를 완성하게 한 뒤 한명씩 차례로 소개를 듣는다. 첫날이라 긴장감 역력한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나는 제 몸보다 큰 가방을 매고 긴장감 가득한 얼굴로 유치원보다 배는 큰 강당에 서있을 아이를 겹쳐본다. 억겁과도 같은 40분이 지나고 쉬는 시간 나는 후다닥 강당으로 내려가본다.


 다행히 아이가 담임선생님의 인솔하에 교실로 퇴장하는 모습을 겨우 포착했다. 수많은 아이들 속 유독 내 아이에게만 조명이 비추는 듯 아이의 얼굴은 참 해사하다. 엄마의 갑작스런 등장에 배시시 미소를 날리며 유유히 자신의 교실로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다. 분명 익숙한 내 근무학교인데 아이가 있으니 새롭게 느껴지고 뭔가 특별한 장소로 둔갑한 느낌이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쓱 닦고 다시 4층 내교실로 올라간다. 나머지 3시간을 잘 마무리하고 이윽고 점심시간.

 어머니께 날아온 카톡 사진들을 보며 3시간 내내 눌러참은 눈물샘이 물이 새듯 조금씩 터지기 시작한다.익살스런 표정으로 운동장 현수막 앞에서 찍은 입학식 사진들. 할머니와 나란히 브이한 사진. 할머니와 함께 간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으며 입주변에 둥그런 짜장 수염을 그린 모습. 그 사진들을 눈에 하나하나 꾹꾹 눌러 담으며 입은 웃지만 눈에선 눈물이 번지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누가 볼새라 고개를 숙인 채 점심을 와구와구 욱여넣었다.


 엄마와 입학식때 찍은 사진 한 장 없지만, 엄마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나는 걸까? 아이의 사진 속 웃는 모습에 나는 눈물을 쏙 집어 넣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실로 돌아가 알림장을 앱을 켠다.


 그리고 마지막 알림장 감사한일에 쓴다

오늘 하루 천사같은 4학년 0반 아이들을 만나게 되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음속 알림장에 덧붙인다.


 “우리 00이가 학교에서 첫 출발을 웃으며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신입생

#초등학교일학년

#좌충우돌일학년일기

#엄마이자선생님

#아이와같은학교에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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