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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Mar 20. 2024

난 학교에서 선생님이고 넌 학생이야

학교에서 내 아이를 마주칠 때 벌어지는 일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첫주, 그 첫주는 복잡한 서울지하철 환승을 몇번이고 하다가 지쳐쓰러지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랄까?

 우려와는 달리 다소 평온했던 입학식 다음날, 나는 눈물이 쏙 들어가는 하루를 보내게 된다. 바로 돌봄교실을 신청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는 초등돌봄교실이라는 제도가 있다. 입학 후 3주간 입학적응기간동안에는 한시 이전에 마치기 때문에 돌봄교실이 절실하다.


돌봄교실이란 일찍 하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돌봄교실 교사가 아이들을 맡아 교육하는 시스템. 하교 후 부터 부모님이 데리러 오기까지 아이들은 돌봄교실에서 지내게 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좋은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 같은 학교에 데리고 다닌 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신청을 미처 못했다.

 그 일이 내 발목을 잡을 줄이야. 화요일. 열두시 오십분에 마친 아이는 갈곳이 없다. 내가 맡은 4학년은 한시 오십분에 마치므로 우리 교실로 올 수도 없다.


 등교길에 4층연구실로 가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 급식실로 가는 길, 1층에서 배회 중인 첫째를 조우한다. 나를 본 순간 반가움에 눈을 반짝이며


 “엄마.엄마“


 나는 눈짓으로 온갖 말을 쏟아내며 배회중인 첫째 아이를 뒤로 하고 태연한 척 급식실로 향한다. 1초가 한시간같다. 마지막 아이가 급식을 받고 앉자마자 헐레벌떡 아이에게 달려간다. 손을 잡아 끌고 연구실로 가며


 “00아 학교에선 선생님이라고 불러야해“

라고 말해주곤 머리를 쓰다듬고선 발에 날개를 강제 장착 후 1층 급식실로 뛰어내려간다.


아까의 난데없는 엄마 부름은 신경도 안쓴다는 듯 26명의 눈빛은 그날의 특식 허니버터치킨에 몰두해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선 아이들 옆에 털썩 앉는다. 첫째의 이른 하교를 잠시라도 돕기위해 3월 급식 신청을 과감히 하지 않았는데 뱃속에선 꼬르륵 신호가 온다.  나만 이곳에 이방인처럼 앉아 배고픔을 간신히 눌러 참는다. 급식지도 후 나는 다시 교실로 가 알림장을 쓰고 아이가 있는 연구실로 다시 가서 1시 50분에 1층으로 오시는 영어학원 선생님께 인계를 한다.


 나의 정신은 급식실 연구실 1층 온데간데 흩어져있다 교실로 돌아오자마자 그제서야 자리를 잡는다. 학기 초 바쁜 업무로 인해 칼퇴근도 어렵다. 퇴근시간까지 꽉 채워 일을 한 뒤 아이의 태권도 학원 차량 픽업을 간다. 다행인건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학원차가 온다는 사실.

 이틀차에 연예인만큼이나 버거운 스케쥴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 나는 그제서야 마음 편히 엄마왔다 라고 엄마라는 말을 크게 내어본다. 아이는 노란버스에서 내리고 관장님께 태권. 이라고 우렁차게 인사한다. 그러더니 내게 “선생님. 저 잘 다녀왔어요”라고 크게 내뱉는다. 관장님이 의아한 듯 나와 아이를 번갈아 쳐다본다.

당황한 내 얼굴에 대고 아들은 해맑은 미소를 내며

 “선생님 선생님 마트가요 빨리요”

내 팔을 잡고 흔든다.


아까 내가 학교에서 했던 말을 기억하고선 하는 말인가보다. 짠하기도 우습기도 한 상황에서 나는 다른 말 없이 손을 잡고 마트로 향한다.


 졸지에 홍길동이 된 내 아들.

불현듯 한 드라마 대사가 생각난다.

난 학교에서 선생님이고 넌 학생이야.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정말 기대되는 둘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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