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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May 02. 2024

evening은 모르지만 아빠마음은 안다.

영어 단어보다 중요한 것은 너의 마음

모처럼 맞는 중간연휴, 즐겁게 물놀이를 다녀온 아들은 밀린 영어학원 숙제를 하러 아빠와 안방으로 조용히 들어간다. 피곤할 법도 한데 숙제를 빼먹는 건 용납하지 못하는 남편은 부지런을 떤다. 덕분에 나는 그 시간에 둘째와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지만 마음 한 구석은 늘 불편하다.

 매일같이 아들의 방에선 크고 작은 소리들이 들려온다. 문이 닫혀있어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저 소리로만 감지한다. 어느 하루는 잠잠하고, 또 어떤 날은 큰 소리가 귀에 들려오다 다시 잠잠해지고. 그런 나날들의 연속. 그 소리는 아들의 집중력과 이해력에 따라 널을 뛰곤 한다.

 하지만 유독 오늘은 들려오는 소리가 평소와는 사뭇 다르다. 남편의 언성이 높아지더니 급기야는 아들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방문을 뚫고 거실까지 들려온다. 느닷없는 서러운 울음소리에 둘째에게 딸기를 먹이다 말고 나는 후다닥 달려가 조심스레 방문을 연다.


 “무슨 일이야?”


머리를 싸맨 채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남편과 옆에서 목놓아 우는 아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침 점심 저녁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을 영어로 외우는 중인데 골백번을 해도 이브닝에서 막힌단다. 제대로 집중을 안하고 틀린 것을 계속 틀린다고. 나는 조용히 아들의  손을 잡고 나와 반복학습을 시킨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이브닝을 부르짖는다. 안방에 남편이 들으라는 듯. 괜히 오기가 발동해서 더 크게.

 다시 돌아간 아들은 여전히 이브닝에서 막혔는지 십분도 채 안되어 남편의 손에 이끌려 나왔고 곧장 침대로 향했다. 백기를 든 남편은 그냥 자라고 말하며 한숨쉬며 홀로 아들의 방으로 들어간다.

 남편이 공부시키니 몸은 편한데 마음은 불편한 아이러니. 공부를 도맡아 시키면 속에서 몇 번이고 열이 솟구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남편이 그렇게 아들에게

매정하게 화를 낼 땐 이상하게 내 속에선 천불이 난다.

 왜 내가 화내면 괜찮고 남편이 화내면 속이 상할까?

늘 드는 의문이다.

 그깟 이브닝이 뭐라고 평온한 저녁시간을 순식간에 잿빛으로 바꾸어놓는지. 이런 생각을 하며.

 실컷 공부시킨 남편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보다 괜히 피곤할 때 공부를 시켜 아들을 혼낸 그 상황에 더 화가 나는 오늘.

 아들 옆에 누워 애써 아빠의 마음을 이해시킨다.

 “00아  아빠가 00이 더 똑똑해지도록 하고 싶어서 그런거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

 눈이 벌개진 아들은 담담히 말한다.

 “알아 엄마, 근데 영어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아빠는 영어 가르칠 때만 괴물로 변해버려,그래서 영어가 미워”


영어가 미운게 아빠가 괴물로 변해버려서라니, 나보다 아들이 낫네. 그저 그 상황에서 아들을 잡들이 하는 남편에게 화가 났는데 아들은 아빠보단 영어를 탓하더라.


 매일 공들여 아들과 공부한 노력을 아들은 알게모르게 마음 깊이 알고 있나보다. 아이들은 알게모르게 부모의 노력을 마음 속에 흡수하고 있는 지도.


굿 이브닝, 엄마가 밤마다 굿이브닝 해줄게. 아빠가 내일은 괴물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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