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르만 Dec 30. 2023

神은 人間에게 잊어가는 사실에
대한 힘도 주셨다지

가시없는 장미, 이젠 꽃피울 수 있기를.

Dear. My Sister.


건강한지. 오늘 처음으로 너의 大學에서 보낸 E메일이 도착하여 볼 수 있었다. 半은 일본어의 로마자 표기, 반은 英語, 물론 100% 다 理解는 했지만 한글로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E-MAIL이란 편지만큼 따스한 정감을 전달하긴 힘들지만, 아무튼 편리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겠지. 

오늘 日本은 (E-Mail에도 썼지만) 오후엔 영상 25도씨를 넘는(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더운 날씨로 초하를 연상시키는 듯 하였다. 아직 4月임에도 불구하고.

양볼이 매서운 冬장군의 바람에 찌릇찌릇 느껴지는 겨울을 좋아하는 언니에겐 웬지 태양열 그득한 계절이 다가옴이 심히 못마땅하지만 별 수 없지, 쳇.

문득 얼굴을 들어 出窓을 보니 네가 주고간 화초가 너무도 건강히 줄기를 힘차게 뻗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마치 요즘 네가 에어로빅을 시작하고 있는 즈음과 맞춰 팔, 다리를 율동감있게 움직이고 있는 듯 하다. 이름이 뭐랬지, 스마일...?? 나이탓이니 이해해라.

하루하루의 時間들을 한시도 무위로 보내지 않고, 충만한 것들로 메워나가는 너의 모습이 항상 얼마나 언니에게 Fresh 하게 비춰지는지. 얼마전엔 문득 한밤중의 詩的 이스프레이션에 감지되어 ‘머릿칼’이란 제목으로 時를 썼는데 끝에 너를 위해(여동새을 위해 바치는 時)라 적었다. 저번 ‘웅덩이’란 시를 너무 혹평하였기에 이번 시는 다음번에 알려주마(詩人 문단에 定式으로 등단하고 난뒤)

할머님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어 마음이 아팠지만 네가 이 언니의 몫까지 대신해서 참가해 주었으리라 믿는다. 벌써 20년전쯤에 別世하셔 이미 먼저 자리를 기다리고 계시던 외할아버님이 ‘인제오나. 참으로 많이 기다리게 했구만’이라고 말씀하진 않으실는지.

사람들이 200여명 가까이 참석했다는 것은 할머님이 살아생전에 진실로 좋은 없을 많이 쌓으셨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리라. 우리에겐 엄마의 엄마가 돌아가시고 이젠 엄마 한사람뿐이 안계신다. Only...

아주 가까운 곳에서 死의 통보를 받게 되니 갑자기(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해) 實存주의적 회의감이 싹트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나 神이란 人間에게 망각 아니 잊어가는 사실에 대한 힘도 함께 부여하셨기에 또 다식 지금의 현실의 주체들을 껴안아야만 해야 되리라.

가끔 언니에게 반문한다. 나는 왜 지금 이곳에 있는가라고. 

서로의 實體에 눈떠버려 이제는 아무런 意味를 부여할 수 없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진실로 가슴으로 위로 받을 수 있는 親友가 있기 때문에? 아니면 Money 때문에?

아니, 아니다.

그래, 네가 보면 어따ᅠ간 막역한 고집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가 있겠지만,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고 말았다는(내자신에게만 부여할 수 있는) 패배감이 싫기 때문일꺼다. ‘바른 모습의 나’를 점검시키기 위한 토대를 여태껏 20대를 소비하며 지내왔던 土地에서 한번은 만들어 봐야 한다는 생각때문일꺼다. 불현 듯 한순간 이러한 아집이 쓰잘데없는 잔여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때쯤 이미 한국으로 들어가 있겠지만, 지금은 한다리를 올려 한걸음 앞으로 앞으로 디디어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집요하도록 나를 붙잡고 있다. 

괴롭도록...

너와 엄마가 걱정하는 기침은 지리멸렬하게 지속되고 있어 肉體的 패배를 증명하고 있는 듯 하지만, 아직은 아직은 나의 정신력이 健在하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立證해 보여야 겠다.

사랑하는 할머님의 ‘死’로부터 엄마와 너에 대한 사랑의 결속의 힘을 더욱 강해지게 하는 무엇을 배운다. 그럼 또.


98.4.20 언니.

(봉투) To my sister, With my Love from Japan


*이 편지는 1년 늦어진 언니의 졸업식을 참석하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 후 언니가 내게 보내온 편지이다. 일본에 언니가 잠깐 있었던 체류기간 중 내가 언니에게 사준 식물은 ‘스마일 호야’라고 추정된다. 언니는 이즈음에 일본 생활의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었다.

이전 18화 이세상의 어느 누구도 언니를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