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리프를 소재로 한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주는 메시지다. 과거로 가서선택을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되지 않는다. 일어날 일은 결국 돌고 돌아 일어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내게 좋은 일이 일어나길 기대한 적이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나이만 먹었다.
어차피 시간은 흐르는 것이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글과 나는 운명처럼 그렇게 만났다.
아마 독자들이 자세한 내 이야기를 모른다면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해서 작가가 되지 않았을지 생각할 것 같다. 아니다. 어린 시절에 빽빽한 글자를 보면 머리부터 아픈 나였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집 바로 앞에 문방구가 있었다. 그 집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이 친해 왕래가 잦았다. 그 집엔 나보다 두 살 많은 오빠가 있었다. 오빠가 나를 친동생처럼 많이 챙겨줬고 친하게 지냈다. 오빠가 결혼하고 한동안 연락하지 않다가 작년에 나의 첫 책이 나왔다고 말했다.
“오빠, 내가 책을 냈어.”
“네가? 네가 무슨 책을? 책 안 좋아하잖아.”
“그런 내가 책을 썼으니 얼마나 노력했겠냐고!”
전화를 끊고 웃음이 나왔다. 나의 학창 시절을 아는 사람들은 내가 글을 쓴 걸 정말 신기해한다. 책과 거리가 멀었다는 예전 이야기가 창피하지 않다. 그만큼 내가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쌓아왔다는 증거다.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행복은 얼마나 많은 걸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관계를 맺느냐에 좌우된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모든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물이나 식물과의 교감, 그리고 살아있지 않은 것들까지 관계 맺음이 일어난다.
나와 책도 마찬가지다. 좋은 책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여전히어려운 책을 만나면 어색한 사이가 된다. 사이가 매번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서로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기에 신뢰가 쌓였다. 그렇게 우린 글자와 글자 사이에 끈끈한 관계로 연결되었다.
이 글은 책을 많이 읽었다는 자랑이 아니고 내 삶을 변화시켰다는 내용이 아니다. 자기 계발서도, 서평이나 감상문도 아니다. 책과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다. 책에서 만난 경험도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내가 소개한 책들이 다 훌륭하고 내 해석이 다 맞는 건 아닐 것이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달라 같은 의미도 다르게 해석된다. 그래서 다행이다. 내가 책에서 힌트를 찾아가듯 독자 여러분이 이 글에서 스스로 찾고 싶은 답에 대한 힌트를 얻기를 바란다.
책을 매일 꾸준히 읽고 있지만 많이 읽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무수한 책 중 한 페이지를 보물 같은 기회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에겐 네가 필요하고, 너에겐 내가 필요하다. 이제라도 사랑을 표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