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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신 Aug 15. 2024

가장 가까운 타인, 가족 『행복만을 보았다』

당연한 관계는 없다

  "너는 고마운 줄 모르니?"

 어린 시절에 부모님에게 종종 들은 말이었다. 그러면 건성으로 '고맙습니다.' 넘어갔다. 그땐 부모님에게 받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솔직히 고마움은 조금이었고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기 바빴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불평과 원망이 가득했다.  나이가 드니 점점 달라졌다. 원망보다는 고마움이 커졌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서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했어도 먹는 것과 입는 것, 학교 다니는 걸 걱정해 본 적이 없었다. 너무 당연하다고 여겨 고마움을 잊었다.


 가족이라 서로 다 안다고 여길 때가 있다말하지 않아도 이해해 줄 거라고 불만인 표정으로 있으며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할 때가 있다.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가 알지 못한다. 때로는 표현해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대화를 많이 하지 않으면서 어찌 그리 서로를 잘 안다고 느꼈는지 모르겠다.

 때로 서운함을 토로하면 '그때 말을 하지.'라는 말이 돌아왔다. 정작 말하면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왜 그리 서로 예민하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소통이 되지 않는 관계를 보면 자기 할 말만 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을 때가 많다. 너무 가까운 존재라 오히려 서로의 마음을 읽을 여유가 없는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서로를 사랑해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믿고 있다가, 어느 날 부모님이 나와 함께 있는 걸 썩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지. 어른이 된다는 건 우리가 생각만큼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거란다. 힘겨운 일이지. _그레구아르 들라쿠르 『행복만을 보았다』   



 책 『행복만을 보았다』는 제목과는 달리 약간 어두운 분위기의 소설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분류의 책을 읽는다는 건 용기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우울함 때문에 어두운 분위기의 책이나 드라마를 멀리한다. 낯선 환경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두렵다. 막상 책을 만나보면 장점이 보이지 선입견 때문에 첫 만남이 성사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전혀 알 수 없던 세상을 만나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가족 간에 일어난 폭력, 미움, 사랑 여러 가지를 보여줬다.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참혹한 일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때로 나의 세상에서 다른 모습으로 일어난다.


 부모 자식 간이라고 모든 걸 이해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 때로는 남보다 못하는 사람도 있다. 가정폭력이 그렇다. 부모나 배우자를 벗어나고 싶어도 폭력과 학대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생각보다 청소년이 가정폭력을 많이 경험하지만 신고를 하더라도 갈 곳이 없다. 당장 피해도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곳이 가정이다.

 놀랍게도 자신을 가장 학대한 부모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청소년이 많다고 한다. 부모라는 이유로  다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느 정도 이해된다. 혹시 나중에 내가 더 큰 해를 당하지는 않을지, 후회하진 않을지 염려되는 것이다.

 가족은 내가 화풀이할 대상이 아니고 무조건 용서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나쁜 행동을 덮을 수는 없다. 날카로운 말과 잘못된 행동을 참고 살 필요 없다. 그 누구든 나를 함부로 하게 놔두면 안 된다.

 만약 부모에게 배울 게 없다면 반대로 채워나갈 것을 터득하면 된다. 당장은 배울 게 없다고 여겨져도 나중엔 알게 된다. 나의 상처에서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스스로가 안쓰러울 것이다. 미래의 내 자녀가 와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어째서 우리는 그토록 그리웠던 사람들을 그들과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마주치게 되는 걸까? _그레구아르 들라쿠르 『행복만을 보았다』



 상처를 주는 게 가족이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큰 사랑을 주기도 한다.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거나 너무 아플 때 내 손을 잡아주는 게 가족이다. 서로 상처받았더라도 가족이라는 연결고리는 생각보다 견고하다.

 어른이라고 더 힘든 것도, 아이라 덜 힘든 것도 아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고통을 지고 아파한다. 자신의 결핍이나 고통이 누구보다 크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고통이 보이지 않게 마련이다.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점점 신뢰를 잃고 말하지 않게 된다. '나는 너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하는 순간부터 대화가 되지 않는다. 누구나 나와는 다른 존재다. 종종 서로의 입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말로 표현이 힘들면 글로도 괜찮다. 내가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 알려야 한다. 와 는 완전 다른 사람임을 이해해야 한다.


 무조건 가족을 이해하고 잘하라는 말이 아니다. 가족이지만 멀고도 가까운 심리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남처럼 대해서도 안 되지만 과하게 의지해서도 안 된다. 가족보다 남을 위해 살아서는 안 되고, 나보다 가족을 위해 살아서는 안 된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타인이다. 내가 가장 가까이해야 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다. 


 그러니까 인생이란 결국 힘겹더라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 _그레구아르 들라쿠르 『행복만을 보았다』


저자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 출판 문학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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