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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03. 2024

화내는 말투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내가 상처를 받는 이유 2

우리는 연애시절부터 종종 부딪혔다.


나는 남편의 고집이 싫었고,

남편은 내 말투가 기분 나쁘다고 했다.


당연히, 감정이 격해지면 언성이 높아지고

언성이 높아지면 화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런데 본인이 잘못한 일인데도

감정적인 어투로 말을 하지 말라니,

그래야 내 말을 수용해 준다는 게,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본인도 말투가 그다지 나긋나긋한 편은 아니면서.



남편은 유독 말투에 민감했다.

내가 조금만 신경질적으로 말해도

예민하게 반응했고,

곧 싸울 기세로 방어태세를 갖췄다.


나는 정말 답답했다.

나는 그냥 말하는 건데!


그냥 좀 답답했을 뿐,

이렇게까지 싸울 의도는 없었는데.


아니 내가 남편에게

이런 불만도 말 못 한단 말인가?



내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다고 설명을 해도,

내 말투가 공격적이면 먼저 시비 건 게 되어버린다.


그럼 내가 안 답답하게 본인이 잘 좀 하던가.

잔소리 좀 하려고 하면 저렇게 성질을 내니

정말 말이 안 통하고 답답했다.


나는 상대방이 답답하게 행동하면

화를 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화를 내는 건 내 감정표현이니까!


내 감정표현도 하지 말라는 건가?






남편이 한식뷔페에서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남편이 퇴근하면 집으로 남은 음식을 싸 왔는데,

덕분에 매 저녁은 당일 만든 나물 반찬 +

불고기나 찜 같은 메인 음식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남편 퇴근 시간이 6시 반쯤 되는데,

도착해서 나에게 음식 건네주면,

내가 부랴부랴 데우고 저녁을 준비했다.


그날은 이제 음식을 막 받은 후,

프라이팬에 다시 볶아서 저녁을 차리고 있는데

그때 남편이 갑자기 말했다.


“처형네도 갖다 줄까?”

(친언니와 집이 매우 가깝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순간 짜증이 확 났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7시도 넘었는데 벌써 밥 먹었겠지.

언니네 갖다 줄 생각이었으면 진즉 말하지!

할 거 다 하고 밥 먹기 직전인데, 왜 이제 말해!’


그래서 나는,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언니 밥 다 먹었겠다!!” 하면서 확 성질을 냈다.


내 말을 들은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서 실내복으로 갈아입는데,

순간 드는 생각.



아, 나 성격에 문제 있구나.



남편이 반찬도 가져와 주고

우리 언니 먹을 것도 챙겨준다는데

심지어 갖다 주는 것도 남편 시킬 거면서

고맙다고 하지는 못할망정 성질이나 내고 있네?


근데 남편은 또 아무 말 안 한다.


만약에 반대 상황이라면,

나는 분명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순간 진짜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졌다.

이런 일들이 그동안 얼마나 있었을까.

남편은 그동안 나를 얼마나 참아줬던 것일까.



그래서 나는 남편이 방에서 나오자마자 말했다.


여보가 언니 생각해 준 건데 성질내서 미안하다고.

나 진짜 성격 더러운 것 같다고.

그동안 오빠가 얼마나 참아줬을까 생각하니 고맙다고 말했다.


잠시 짧은 침묵 후,

남편이 하는 말.


“사람 됐네….”






남편이 만약 내가 성질냈을 때 같이 화를 냈다면,


나는 나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며

내 감정을 표현한 것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남편의 침묵 덕에

나는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남편은 그런 사람이었다.

억울해도 일단 참고 기다리는 사람.


당장은 그게 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었다.


남편의 그 화내지 않는 온유함이

결국,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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