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처를 받는 이유 3
남편의 행동 중에 이해가 안 됐던 점이 있었다.
남편은 기관이나 매장에 전화로 문의를 할 때
”안녕하세요.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
라고 말하며 상대방의 대답을 끝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상대방의 대답을 꼭 듣고서야,
본인의 용건을 말한다.
남편은 전화받는 사람이 기분이 상하지 않게
말을 공손하게 함으로써 예를 다하고,
전화받는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들을 준비를 할 수 있게
일부러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남편의 이러한 행동이 불편했다.
나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좀 길게 말하고
”~~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라고
용건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편이다.
내가 전화를 받는 사람이라면
바로 용건을 전달받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전화받는 상대방의 시간을 아껴주려는 나의 배려였다.
그래서 남편이 내 옆에서 그렇게 길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시간을 뺏는 것 같아
내가 괜히 죄송하고 조바심이 났다.
생각해 보면 몇 초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인데,
왜 나는 그 시간이 참 불편했을까?
나는 빨리빨리 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자랐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축내는 건
민폐라고 생각하는 아빠가 계셨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외식을 잘하지 않았다.
아빠는 우리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우리가 온 것 자체만으로도 민폐여서
빨리 먹고 나가 주는 게
사장님을 도와드리는 것이라 여기셨다.
우리는 외식을 하더라도
먹으면서 수다를 떨면 안 되고
빨리 먹고 나가줘야만 했다.
그래서 우리 아빠는 지금도
식당에서 빨리 먹을 수 있는
국수와 짜장면을 좋아하신다.
그리고 또 나는
말속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 것을 잘 못 한다.
즉, 돌려 말하면 뭔 말인지 모른다.
나는 상대방이 말하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라
돌려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놓칠 때가 종종 있었다.
그 경험이 나에게는 불편했던 기억으로 남아서,
내가 말할 때는 상대방을 위해
직설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같았지만
보이는 행동이 달라서
서로 배려가 없다고 생각했다.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은
결국 갈등을 낳는 계기가 된다.
배우자가 때론 나와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나와 생각이 다른 게 아닐지도 모른다.
만약 사소한 것으로 자주 싸운다면,
아직 서로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상대방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더욱 사랑할만한 게 숨어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