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지옥, 여기가 바로 지옥이구나
나는 간절한 꿈이 있었다.
다정한 노부부가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내고,
가족의 추억이 가득 담긴 집에서
평안히 눈을 감는 것.
티격태격하더라도 서로 예의를 지키고,
배려하고, 아껴주고, 이해하고, 사랑하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것.
그 꿈같은 인생이, 내 인생에는 정녕 없다는 말인가.
내 인생은 이번 한 번뿐인데,
이젠 돌이킬 수도 없는데.
비참하다. 잔인하다.
내 심장이 산산이 부서지는 듯하다.
그래도 나름 남을 도우며,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평범해 보이는 행복한 가정도 꿈꿀 수 없다니.
내가 아무리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면 뭐 하나?
저 인간은 전혀 바뀔 생각이 없는데.
결국 이혼이 답인가?
결코 이대로 비참하게 살고 싶진 않다.
아니, 가만 보면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다.
분명히 나도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고,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남편은 다정한 사람이다.
자신의 기분이 상하지 않은 상태라면.
연애할 때 같이 길을 걸으면
너무 내 얼굴만 보고 걸어서
저러다 목이 빠지진 않을까 걱정하곤 했고
나를 부르던 목소리에
나를 바라보던 눈에, 꿀이 뚝뚝 떨어져 나와
그걸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아무도 못 말리는 사랑꾼이었다.
내가 잘생긴 연예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질투가 난다고 말하는 사람이었고,
또 매일 입술을 모아 쭉 내밀며 내 뽀뽀를 기다리던,
쪽 소리와 함께 함박미소를 지었던,
사랑스럽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남편은 변했다.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나를 공감해주지 않는다.
나를 배려해주지 않는다.
내 요구를 무시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기분이 나쁘다. 자존심이 상한다.
정말 이혼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이가 둘이다.
사랑스러운 두 명의 내 딸.
내가 이혼하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남편은 절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겠다 한다.
나에게 무조건 양육비를 청구할 거라고 한다.
네가 뭔 애를 돌볼 수 있다고?
웃긴다.
자기 자신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딸 둘을 챙기겠다는 건 지,
헛웃음이 나온다.
첫째는 그래도 착하고 순해서 다행인데,
둘째는 나를 닮아 말괄량이다.
우리 남편은 둘째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돌이 갓 넘은, 그 어린애도 한 시간씩 혼내던 남자다.
남편이 아이를 키우면 절대 안 된다.
아빠와만 살게 될 아이들이 불쌍하다.
하지만 남편의 성격을 알기에,
순순히 아이들을 보내주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혼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남편은 자존심도 엄청 세다.
아내에게 져주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아는 사람이다.
무조건 아내 말이 맞다고 해야
가정이 행복하다는 데,
그런 말도 모르나 보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불행한가?
저 자존심 덩어리 남편을 만나서.
마음을 닫는다. 기대도 없다. 희망도 없다.
그저 형식적인 부부로 살아가는 게 현실인가?
사이좋아 보이는 저 부부들도,
다 각자의 속사정이 있겠지.
나만 불행한 건 아닐 거야.
나도 행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