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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Nov 23. 2024

모유 먹이기 싫다니까, 이혼하자고?

고통스러운 내 안의 상처들 1

출산 후 당연히 나올 줄 알았던 모유.


모유량이 너무 적고 (많아야 30ml)

짧은 유두라 애도 못 물어,

피부가 얇아서 유축할 때마다 찢어져서 피나,

어찌어찌 힘들게 80ml까지 늘려 놨더니

유선염 걸려서 유선 막혀 다시 30ml으로 줄어....


진짜 겪어본 사람은 알 거다.

모유수유 너무너무너무 힘들다는 거.


그래도 꾸역꾸역 유축해서 한 번에 30ml씩

하루 3~4번 짜서 120ml 모아서 먹이고,

애써 먹인 거 분수토하면 아까워서 울고

그렇게 한 달을 그 미친다는 혼합수유했다.

분유 + 유축 + 직수 콤보로.


아기가 30일쯤 됐을 때

너무 힘들어서 남편에게 50일까지만 먹이고

그만 단유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돌아온 대답은 결국 남편의 이혼요구.

내가 모성애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남편이 이혼을 요구했던 그날 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친정에서 몸조리한 지 이 주째 되던 날 밤.

옆방에는 우리 부모님이

코를 골며 주무시는 소리가 들리고,

내 옆엔 난지 30일 된 아기가 누워있는데,

단호하게 이혼을 요구하며

우리는 상담도 소용없을 거라던 남편.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동이 틀 때까지 6시간 동안 남편을 설득해 봤지만

끝끝내 남편은 나에게 비난을 퍼부으며

이혼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나 혼자만 원한다고 이 가정을 끌어갈 수 없기에,

난 참담한 심정으로 이혼요구에 응했다.


그제야 남편이 하는 말

"그만큼 힘들었다는 거였다. “


나를 끝내 굴복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을까.

허무하게 끝나버린 그 밤이 한동안 가슴에 사무쳤다.




그 일 이후로 나는 남편의 호의가 불편해졌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에게 뽀뽀를 해주어도

저러다 화나면 단호하게 이혼하자고 하겠지.

저 모습에 속지 말자, 수 없이 다짐했다.


코를 골며 자는 남편 옆에서

매일밤 눈물로 유축을 했다.


어느 날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들었는지

남편은 잠에서 깨서 왜 그러느냐 물었고,

나는 당신이 나에게 아무리 친절하게 굴어도

언제 이혼을 말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고,

남편은 미안하다며 잠시 안아주더니

다시 코를 골며 잠들었다.



그 일은 나에게 가장 깊은 상처가 되어

두고두고 따끔거리게 만들었다.


나는 그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몇 개월이 훌쩍 지난 어느 날

남편이 기분이 좋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나 여보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어.

내가 단유 한다고 했을 때 여보가 이혼하자고 했던 거,

그게 너무 내 마음속에 남아서 이걸 벗어나고 싶은데

여보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해 줬으면 좋겠어."


그때 잊을 수 없던 남편의 반응.


싸늘한 표정으로,

"난 분명히 사과했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어."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도리어 벌어진 일이 되었다.

이젠 이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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