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돌림 노래가 시작되면

꿀꺽―

“밥은 먹었니?”

“아니!”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침 11시에 나가서 2시 반에 왔으면 친구랑 밥을 먹고 와야지!’


“짜장 소스 남은 거 있어?”

“어, 지금 짜장밥 차려놓을게.”

막내는 방학을 맞이해 일본에서 온 친구를 만나고 왔다. 딸기찹쌀떡을 선물로 받았고, 백화점에서 서로 생일선물로 화장품을 샀다고 했다. 무광 틴트를 샀다는데, 딸 입술에 발린 색이 정말 빨갰다.


“너 그러고 학교 다닐래? 화장한 거 티 나! 노는 애 같다!”

“엄마, 말 너무 심한데!”

“미안해. 내 말이 심했어.”

나는 바로 사과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심한 말이 나왔다. 바르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툭’ 이런 말이 나오다니, 조심해야겠다. 딸은 매우 화내지 않고 넘어가 주었다.



“가게 언니가 색을 잘못 줬어? 나는 연한 색을 골랐는데!”

“확인 안 했니? 한 번 바르면 교환 못하는데.”

“정말 빨갛네! 당근 마켓에다 팔아야 하나? 가게 언니가 색을 잘못 줬어? 나는 연한 색을 골랐는데!...

나는 더 이상 대꾸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돌림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딸의 화가 내게 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입을 다무니 걱정이 늘었다.

‘밥이 식었는데, 언제 먹지?’

‘학원 갈 시간인데, 안 먹고 가는 거 아니야!’

나는 빨리 밥 먹으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돌며 ‘돌림 노래’가 됐고, 입으로 튀어나오려는 걸 애써 눌렀다. 아니 ‘꿀꺽’ 먹은 거다!


그리고 계속 시간을 봤다. 초조했다. 학원 가려면 20분 걸리는데 ‘딱’ 그 시간이 온 거다.

나는 혼자 마음이 급하고 걱정됐지만 딸의 ‘알아서 한다고요!’라는 말이 예상돼서, 나는 찬찬히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났다.

‘오늘내일이 학원 방학이지! 휴, 다행이다.’

딸이 알아서 하는데, 괜한 걱정을 한 거다. 나는 오늘도 목구멍에서 “돌림 노래”를 불렀던 ‘학원 늦었어. 밥은 언제 먹어! 에구, 내가 못 살아!’를 꿀꺽 넘겼다.

참았던 내가 대견스럽다.




딸이 미련이 남았는지, 밥을 먹고 와서 다시 틴트를 바르고 나타났다. 또 내게 시험을 하려고? ‘놀림 노래’가 나올 때까지?

“나 어때?”

“응, 네가 마음에 들면 되지.”

“마음에 안 들어!”

나는 또 목구멍에서 살살 '놀림 노래'가 만들어지려고 했다.

'꿀꺽―, 꿀꺽― '

참길 잘했다. 딸이 방에서 사라졌다.

keyword
이전 10화짜장면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