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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동고동락
11화
돌림 노래가 시작되면
꿀꺽―
by
손금나비 에세이스트
Aug 1. 2024
“밥은 먹었니?”
“아니!”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침 11시에 나가서 2시 반에 왔으면 친구랑 밥을 먹고 와야지!’
“짜장 소스 남은 거 있어?”
“어, 지금 짜장밥 차려놓을게.”
막내는 방학을 맞이해 일본에서 온 친구를 만나고 왔다. 딸기찹쌀떡을 선물로 받았고, 백화점에서 서로 생일선물로 화장품을 샀다고 했다. 무광 틴트를 샀다는데, 딸 입술에 발린 색이 정말 빨갰다.
“너 그러고 학교 다닐래? 화장한 거 티 나! 노는 애 같다!”
“엄마, 말 너무 심한데!”
“미안해. 내 말이 심했어.”
나는 바로 사과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심한 말이 나왔다. 바르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툭’ 이런 말이 나오다니, 조심해야겠다. 딸은 매우 화내지 않고 넘어가 주었다.
“가게 언니가 색을 잘못 줬어? 나는 연한 색을
골랐는데!”
“확인 안 했니? 한 번 바르면 교환 못하는데.”
“정말 빨갛네! 당근 마켓에다 팔아야 하나?
가게 언니가 색을 잘못 줬어? 나는 연한 색을
골랐는데
!...
”
나는 더 이상 대꾸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돌림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딸의 화가 내게 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입을 다무니 걱정이 늘었다.
‘밥이 식었는데, 언제 먹지?’
‘학원 갈 시간인데, 안 먹고 가는 거 아니야!’
나는 빨리 밥 먹으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돌며 ‘돌림 노래’가 됐고, 입으로 튀어나오려는 걸 애써 눌렀다. 아니 ‘꿀꺽’ 먹은 거다!
그리고 계속 시간을 봤다. 초조했다. 학원 가려면 20분 걸리는데 ‘딱’ 그 시간이 온 거다.
나는 혼자 마음이 급하고 걱정됐지만 딸의 ‘알아서 한다고요!’라는 말이 예상돼서, 나는 찬찬히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났다.
‘오늘내일이 학원 방학이지! 휴, 다행이다.’
딸이 알아서 하는데, 괜한 걱정을 한 거다. 나는 오늘도 목구멍에서 “돌림 노래”를 불렀던 ‘학원 늦었어. 밥은 언제 먹어! 에구
, 내가 못 살아!’를 꿀꺽 넘겼다.
참았던 내가 대견스럽다.
딸이 미련이 남았는지, 밥을 먹고 와서 다시 틴트를 바르고 나타났다. 또 내게 시험을 하려고? ‘놀림 노래’가 나올 때까지?
“나 어때?”
“응, 네가 마음에 들면 되지.”
“마음에 안 들어!”
나는 또 목구멍에서 살살 '놀림 노래'가 만들어지려고 했다.
'꿀꺽―, 꿀꺽― '
참길 잘했다. 딸이 방에서 사라졌다.
keyword
노래
막내
시험
Brunch Book
가족은 동고동락
09
친구같은 엄마
10
짜장면 노래
11
돌림 노래가 시작되면
12
딸은 두 말도 안 하고 학교에 갔다
13
밥에 담긴 오해
가족은 동고동락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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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금나비 에세이스트
자녀와 티키타카1
저자
재해석 가족 에세이, 시,동화를 씁니다. 자녀를 키우며 일상의 흐름을 관찰하고 글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날들 속에 갈등과 웃음, 성장의 순간들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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