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말하면 사줘야 하는 날이 온 거다. 딸이 7월 1일부터 사달라고 했고 며칠 끌다가 사준다고 했는데, 딸이 갑자기 볼에 뽀뽀를 해준다. 자기 기분이 안 좋으면 "엄마, 나가!" 하다가도 좋으면 달려와 안는다. 사춘기라서 그렇기도 하고 기질이 그런 것 같다.
요즘에 막내와 대화가 막히는 데는 이 말 때문이다.
"학교 가기 싫다!"
나는 또 긍정 이를 붙여주고 싶어서 길 게 얘기하면,
"엄마, 또 주저리 모셔왔지!" 한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도 만나고, 사회생활 배우는 곳이라는 둥, 학교에서 피구하는 시간은 좋다고 하지 않았냐는 둥, 학교를 안 가면 집에서 뭘 할 거냐는 둥 내 생각으로 딸에게 얘기를 하면, 딸은 다 소용없단다.
딸이 그제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자꾸 체온계를 귀에 갖다 댔다. 37.5'가 나왔다. 딸은 호들갑을 떨며 열이 있어서 학교 안 가겠다는 것이다.
"38.0'는 넘어야지 열이라고 쳐주지 37.5'는 미열이야!"
"그래? 조금 기다리면 38.0'도 될 거라고!"
딸은 학교에 가기 싫어서 감기를 키울 생각인 것이다. 종합감기약을 줘도 안 먹겠단다.
또 한 번 시험에 든다.
"아이고 아버지, 기도를 한다."
내 정신이 38.0'는 넘는 것 같다. 나는 딸에게 "엄마 온도는 80'야!"라고 말했다. 딸이 히죽 웃는다. 딸은 책가방을 매고 신발장 앞에서 또 돌림 노래를 부른다.
"학교 가기 싫다!"
"너, 학교도 빠지고, 학원도 가기 싫은 거지?"
"아니야, 난 학원엔 가고 싶어. 학교 가기 싫은 거라고!"
막내는 위클래스에서 예쁘고 얘기 잘 들어주는 선생님이 좋아서 상담선생님이 되겠다고 했는데, 중학생이 되더니, 수학선생님이 되겠단다. 학원에 수학 선생님은 열심히 신나서 가르치신다고. 자신의 얘기도 해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선생님, 학교보다 학원 선생님과 친밀감이 더 높은 것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학교 선생님과 더 그런 모습이면 좋은데...
학원 선생님이 수학도 가르치지만 인생 얘기도 해주시는데, 대학교 때 얘기와 앞으로의 목표 등 꽤 다양한 얘기를 해주신 것 같다. 이런 분도 드물듯 싶긴 했다. 수학만 잘해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도 말해주셨다고.... 딸은 학원 수학 선생님 얘기를 할 때면 눈이 초롱초롱 해진다.
어제는 큰딸에게 동생이 맨날 학교 가기 싫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 지 물었다.
"그냥 놔두세요, 입버릇이에요. 제 친구도 힘들면 자주 똑같은 말해요. 요즘 애들이 그래요."
"그러니!"
나는 큰딸의 말에 위로가 좀 됐다. 왜 딸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지, 딸의 인생이 끝날 것처럼 걱정했던 것이다. 이제 걱정을 좀 내려놔야겠다.
오늘 막내가 현관에서 학교 가기 싫다고 말했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학교 가기 싫으면 좀 참았다가, 그래도 가기 싫으면 쉬어!" 딸은 두 말도 안 하고 학교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