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있지만 아들과 나는 밥상에서 자주 전쟁을 한다. 결말이 없는 전쟁. 늘 똑같은 갈등으로 힘들어하고 상처 받고, 하지만 가족이니 삼팔선은 없다. 그런데 오늘은 전쟁의 끝이 보였다. 그 얘기를 하고 싶다.
아들의 말투가 싸우자는 말투다! 그냥 뱉은 말인데, 고깝게 생각하는 것 같다.
며칠 전, 아들이 저녁 11시 반쯤에 오삼불고기 덮밥을 먹다가 더 이상 못 먹겠다며 식탁 위에 올려놓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빨 교정기를 해서 아프다는 것이 이유였다. 컵반 안을 보니, 밥이 한 숟갈 남아있었다. 마저 먹으라고 하면 기분 나빠할까 봐 그냥 음식물쓰레기통에 그것을 버렸다. 오늘 저녁은 카레라이스. 아들이 밥을 먹으면서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밥을 한두 숟갈 뜬 것 같아 보였다. 평소에 아들은 10분 안에 밥을 후다닥 먹는 터여서 나는 내가 한 말에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을 보느라 밥을 늦게 먹구나”
“아니에요!”
아들이 언성을 높이며 버럭 화를 냈다. 내가 빈정대면서 한 말로 들은 것 같았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먹으니 엄마가…….”
옆에서 밥을 먹고 있던 누나가 중재해주려고 하는데, 아들이 말을 가로챘다.
“이빨이 아파서 그래요. 얘기 했잖아요!” 라고 또 화를 냈다.
나는 아들이 두서없이 얘기하는 것 같아서 언제 얘기했냐고 물었고,
“얘기했잖아요, 또 얘기해야되요! ”라고 아들은 말했다. 나는 들은 적이 없는 얘기를 생각해보았다.
“그래, 며칠 전에 얘기했지. 그런데 오늘은 처음이야.”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교정기 한 후부터 계속 아팠단 말이에요!”
나는 아팠다는 말에 엄마와 맞서서 말싸움을 이기려고 하는 아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순간 가슴에 모성애가 불끈 터져나왔다.
“그랬구나! 엄마가 몰랐다. 엄마가 교정기를 안 해봐서 네 마음을 몰랐네!”
“엄마도 교정기를 해보던가.” 라고 아들은 조금 퉁명스럽지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조금 마음이 상했지만 상한 마음을 꾹 삼키고 말을 이었다.
“그래, 나도 교정기를 해봐야겠네! 안 해봐서 모르겠어.”라고 수긍해줬다.
서로의 생각이 달라서 갈등이 깊어질 수 도 있었지만 오늘 밥상머리 전쟁은 소통으로 끝이 났다. 아들과 나는 예전처럼 서로 감정이 상하지도 않았고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갔다. 아들은 전쟁 전의 모습처럼 핸드폰을 거치대에 세워 계속 애니메이션을 보며 밥을 먹었고, 나는 안방에 들어가 글을 썼다. 조금 전 아들과 잘 대화하게 된 글 말이다. 막혔던 혈관이 뚫리듯 또 하나의 소통의 관이 깨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