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아침 10시에 일어났다. 계란찜에 장조림과 간장, 참기름을 주고 비벼먹으라고 했다. 딸은 밥그릇에 한 숟갈 남기고 티브이에 빠져있다.
“엄마, 밥 줘!”
“뭐, 밥? 먹은 지 얼마 됐다고! 너 라면 먹고 싶어서 그렇지?”
“아니야, 학원 가야 돼서 그래.”
“학원? 학원은 1시까지인데, 10시 45분밖에 안 됐어!”
“재시험 쳐야 돼서 선생님이 일찍 오랬어.”
딸은 핑계를 벗어난다.
“재시험 시간이 언젠데?”
“12시 반.”
“뭐! 아직 멀었잖아! 11시 넘어서 끓여줄게,”
“안돼, 난 시간이 없다고!”
“네가 시간을 잘 쓰면 되는데, 시간이 없데! 11시에 끓여줄 거야.”
“나 시간 진짜 없어! 지금 끓여줘!”
“11시 이후!”
“선생님한테 따져! 나 시간 없데도!”
딸의 돌림 노래가 시작되었다. “선생님한테 따져!”라는 제목의 노래다. 딸이 공부하러 학원에 가기 위해 일찍 끓여달라는 라면을 못 해줄 이유는 없다. 한창 크는 때고 뭔가 더 먹이게 하려는 엄마 마음이 먼저지. 맵짠 라면을 권하는 편도 아니고, 주말 토요일 아침에는 ‘라면 데이’라 좀 일찍 끓여주는 것뿐이니까.
나는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렸다. 딸의 성화 때문이지만 딸은 밥을 30분 이상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양치하는 시간이며 옷 입는 시간, 준비물 챙기는 시간도 따로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시간에 맞춰서 행동해야 된다는 틀이 있어서 깨기 힘들다. 밥 먹는 시간이 남아돌아도 그 시간에 옷을 입거나 다른 것을 준비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핸드폰을 보거나 티브이를 보는데 몰두한다. 게임에서 중요하지 않는, 아니 존재하지 않는 ’ 깍두기‘ 시간 같은 거다. 막내 공주님이 그렇게 생각하시니 그렇게 맞춰드려야지!
“진, 열, 스낵?”
“진!”
“계란 풀어, 말아?”
“엄마 알잖아, 아무것도 넣지 마!”
“오케이!”
내가 잠깐 방에 들어가서 글 쓰고 있는 걸 귀신 같이 안다.
“엄마, 라면물 끓어!”
나는 라면 봉지의 내용물을 냄비에 투하하고 다시 의자에 앉아서 글을 쓴다.
“엄마, 라면 다 안 됐어?”
나는 졸아든 라면에 응급조치를 취한다. 온수를 부어서 딸이 먹을만하게 라면을 품위 있게 만든다.
“김치 줘. 말아?”
“김치!”
오늘도 딸의 웃는 미소를 마음속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