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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 나비 Jun 18. 2024

계산대까지 갖다 드릴게요

카트를 밀면 생기는 일 2

롯데몰에서 우연히 낯익은 아줌마 두 명을 만났다, 먼저 나를 알아보고 가까이 왔다. 생각해 보니 한식 조리 과정을 같이 배운 사람이었다. 같이 배울 때는 안 친했던 두 분이 이럴 때 나한테 아는 체를 하는 게 신기했다. 먼저 아는 체를 했던 한 아줌마가 마트에 가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했는데 그러면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생각에 같이 가고 있는데, 같이 간다기보다 옆줄을 맞춰서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두 아줌마는 속닥속닥하며 가고 나는 혼자 조금은 떨어져서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트를 잡고 입구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나를 세우더니 그 아줌마가 카트를 같이 쓰자고 했다.

 
‘뭘 불편하게 같이 써, 각자 쓰면 되는데! “라고 나는 생각했는데, 그 아줌마가 살 게 별로 없다며 한사코 같이 쓰자고 해서 나는 할 수 없이 그러자고 했다. 카트를 나 혼자 밀면서 둘은 여전히 속닥속닥 얘기하며 내 옆에 붙어 다녔다. 처음부터 말을 걸었던 그 아줌마는 내가 카트를 밀고 가니까 따라오기 불편했는지, 각자 다니자고 했다. 나는 따라가 주겠다고 했는데도 물건을 사면 나를 찾겠다고 하며 손사래를 쳤다. 내가 밀고 있는 카트에 자기가 고른 물건을 넣으러 오겠다는 말이었다.
나는 ”괜찮겠어요? “라고 말했는데, 문제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아줌마의 말이 오히려 감사였다. 한편으로는 ”왜 그러지? 더 힘들 텐데! “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줌마들이 나를 찾고 있었다. 채소를 사서 나한테 와서 카트에 담고, 고등어를 사서 카트에 담고…. ”아이고! “하며 힘들어하면서도 나를 찾아와서 이 카트에 꼭 담는 것이었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꼴이군!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것 같아서 나는 아주머니들에게 말했다.
”카트 하나 밀고 오시죠? “
”아니, 괜찮아! 근데, 자기 물건은 다 샀어?“
라고, 괜찮다고 하며 나에게 오히려 물었다. 나는 더 살 것이 있다며 카트를 밀고 다른 방향으로 갔다. 그분들도 생각보다 살 것이 많았다. 몇 개 안 산다고 하더니 나보다 더 많은 식료품을 카트에 담았다. 나보다 운동을 몇 배나 했을 거다. 좀 지친 기색이었다.



 
”이제 다 샀어? 자기는? “
또 그 아줌마가 물었을 때 여기서는 다 샀지만, 2층에 가서 더 살 게 있다고 말했다.
”물건을 계산대까지 가져다 드릴게요. “
이렇게 말하는 게 예의 같았다. 아줌마들의 식료품을 계산대에 놓고 나는 2층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 아줌마는 괜찮다며 뜻밖의 행동을 했다. 장을 다 보고서야 카트를 밀고 온 것이다.
'맙소사!'
’ 시종일관 자기 생각뿐이네.‘


나는 그분의 머릿속은 어떤 생각으로 꽉 차 있을까? 생각해 봤다. 그 속은 모르지만 아마 물건을 손으로 들고 가기 힘드니까 ’ 카트를 최대한 갈 수 있는 곳까지 밀고 가려고 그런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러지! 왜 하필이면 물건 다 사고, 힘들게 진 빼고서 이제 서야 카트를 가져온다고 한담!’
나는 그분의 생각을 존중해야 하니까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서로 생각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다.
‘몸이 고생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거니까 후회는 안겠지!’
나는 카트에 담겨 있던 아줌마들의 식료품을 새로 가져온 카트에 담아 주고, 인사를 하고 2층으로 카트기를 밀로 올라갔다.


그때 경험은 드라마 같았다. 카트를 두고 두 아줌마의 머리 게임 같았다. 이런 상황이 또 올까? 만약 이런 상황이 또 오면 그분들을 위해서,
”카트 밀고 오세요. 저는 2층에 살 게 있어요!“
라고 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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