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 솟은 바위를 보라
세찬 파도에도 늠름하게 서 있는
침묵의 바위를 보라
새떼들이 쪼아대도
‘먹이를 물고 와서 그런 거야.’
‘부리를 갈고, 내 위에서 놀지.’
품을 내어주고 심지(心志)를 지닌
성인 바위
쉴 틈 없는 바다의 땀방울을
온몸으로 안아주고
파도 소리에 맞춰 조금씩
성근(性根) 모래를 뿌려놓는다
해변에 닿아 넓은 모래사장,
어느 마을 아이들의 쉼터이거나
머나먼 사막의 모래알로 영글 때까지
바위는 온몸에 힘주어
모래를 움켜쥐다가
파도의 노래에 몸을 풀어
스르르 물결에 실어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