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이 뭍으로 서서히 빠져나와
먼 고대의 여름날,
작은 동물의 모래주머니에 바다를 품고
새가 되었다면
숨 쉬는 바람과 물결과 모래가 앉은 속을
움켜쥔 리드미컬한 근육이
날개로 돋고
바다를 누비듯 하늘을 날았다
그러나 새는 날개를 떼려고
모래주머니를 버리고 인간이 됐어
땅이 주는 꿀과 향기, 몸에 감기는 안식이
바다와 하늘보다 충만해 보였거든
모래를 비워버린 속은 커졌지만
그 허한 곳을 채우려고
마음은 더 무거워졌어
파도 소리도 잊었고
하늘을 두려워하는 공포가 밀려왔지
무얼 채우려는 걸까,
어디까지 채워야 할까
성경 속에서 떠오르는
탐스러운 사과 하나
갈망했을 뿐인데
발에 맡기어 가는 좁고 엉킨 길을
땀나게 걸어간다
넘어져 피 흘리며도
벗지 못한 족쇄는
아득한 그날의 선택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