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도 없이 움푹 파인
뻥 뚫린 심장 같은 바위가
고통 속에 모래로 흘렀다
세월을 견디는 바다
아픈 저 모래를 밟을 수 있나?
눈물로 사는 바다가 쓸어준 모래는
다시 반짝이겠지
산호가 굳은 마음을 토닥이고
햇살이 따사롭게 어루만져주면
뱃속에 생명이 태동하듯
물고기가 바닷속을 들락날락
숨 쉬고 사는 동안
모래도 스르르 발부터 제 몸 담그고
긴 머리칼 휘날리며 바다로 들어갔다
나온다고
바다는 갈매기의 울음을
윤슬로 지워내고
제 몸을 씻어낸 모래가 좋아
조개도 게도 얼굴을 묻고,
도요새도 모래 한 줌 품고
그 바위에 앉았다가
하늘 위로 날아오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