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12시가 넘었으니까 이젠 생일 지났네!"
"그렇네."
"그러니까, 나 선물 사줘!"
"네 생일은 8월인데, 한참 남았지."
"어린이날 선물 사달라고 한 건데, 나 뭐 사줄 거야?"
"뭐, 어린이날 선물? 넌 중2야, 청소년이라고!"
"청소년도 어린이면, 엄마도 어린이 하련다."
"아냐, 엄만 인생의 반은 지나서 안 돼!"
"뭔 소리? 누가 그래?"
"봉준호가."
"그래? 봉준호?"
나는 눈을 굴렸다.
"그 사람이 누군데?"
"어린이날 만든 사람이야."
"방정환을 봉준호라고? 그분은 영화감독이지!"
"아, 방정환! 그분이 100년 전에는 인생의 1/3까지가 어린이였다고 했어, 18세가 어린이였다고. 그러니까 난 어린이야!"
막내는 쇼츠로 봤다고 한다.
"헐, 그건 100년 전의 일이고!"
"어린이날 만든 분도 모르니까. 선물 안 사줘!"
"아냐, 방정환을 까먹었으니까, 난 어린이야. 선물 사줘!"
선물 사달란 돌림 노래는 끝이 없다. 안 사준다는 돌림 노래도...
공부 얘기 나오면, "엄마 때랑 같아? 내가 더 힘들어!"
라고 하는 딸이 선물 받고 싶어서, 꾀를 쓴다.
얼마나 어린이 같은 마음인가!
"조선시대에는 15세면 결혼할 때야!"
막내와 나는 누가 어린인지 모르게 말장난 중이다.
"엄마, 선물 주면 생각해 볼게!"
"뭘?"
"내가 어린이날 선물 받는 게 맞는지."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날을 제정한 지 102년이 지나 올해로 103년째가 된다.
막내가 한 말을 모두 믿으면 안 되지만, 만 14세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긴 했다.
나는 초등학생만 어린이라고 생각하고 막내는 넓은 의미에서 어린이를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막내의 말도 틀린 건 아니다.
막내는 얼핏 들은 내용을 선물 받고 싶은 마음과 섞은 게 티가 나지만,
어린이다운 귀여운 발상임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