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주고 오뎅 먹은 인증샷을 보내라 할 수 없고....
딸이 학원 돌아와서 저녁에 시켰던 치킨을 마저 먹고 방에 있는데, 새콤달콤 젤리 껍질이 눈에 띄었다. 방바닥에 철철 흘려놓은 거다.
"너, 엄마가 젤리 사 먹지 말라고 했지! 교정한 거 빠진다고 절대, 병원에서 먹지 말라고 했잖아!"
"먹어도 괜찮던데?"
평화롭던 속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맞아, 중2병, 막내는 청~청개구리! 청청개구리도 모지라다. 청청청개구리다!"
중2 머릿속에는 엄마 말은 반대로 하라고 지시하는 회로가 있나 보다. 의사 말도 안 들으니...
자기가 괜찮으면 다 괜찮은 거다.
여태까지 자녀를 키우면서 부모 의중대로 자란 아이는 없는 것 같다. 내 인생에는 그렇다. 하지만 단정 지을 순 없다. 단정 지었던 생각도 바뀌는 경우가 있었기에 자녀들이 항상 부모 말 안 듣고 자기가 원하는 데로만 할 거라는 것도 편견일 수 있다. 훗날 자녀들이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다. 생각을 열어둘 일이다.
막내는 오뎅 먹는다고 1000원을 달라했지만 젤리를 사 먹었다.
"젤리는 어떻게 샀어?"
"나한테 돈이 있었어."
"뭐라고, 너 엄마에게 거짓말 한 거니?"
"아니야, 오뎅이 700원이고, 새콤달콤이 400원이야."
돈을 보낼 때마다 인증샷을 보내라 할 수도 없고...
막내는 제대로 게산도 못하고 있었다.
"통장 보여줄까? 가만있어봐, 핸드폰이 죽었네."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봐봐, 핸드폰 배터리 다 됐잖아!"
막내의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려서 안 믿을 수도 없다. 살살 엄마의 말을 잘 피한다. 잔꾀가 높은 편이다. 토끼띠라 그런가? 같은 토끼띠인데도 나보다 한 수 위인 듯. 서로 기분 좋을 때 작은 토끼의 잔꾀를 알아볼 밖에. 작은 토끼가 좋아하는 미끼를 준비해야겠다.
부글부글 타는 속을 무엇으로 끌까?
내일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