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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재한 마라탕

물벼룩 발견 사건

마라탕에서 물벼룩이 나왔다.

5월 마지막 주 30일에 학원 다녀온 막내가 문제지 30장을 풀어야 한다며 마라탕을 사 먹겠다고 했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먹는 마라탕을 두 번은 안 된다며 말렸고, 막내는 제 용돈으로 사 먹기도 해서 5월엔 세 번째였다. 막내는 용돈을 탕진하고 내가 강력히 만류해서 참았다.


6월 1일이 되자마자 막내는 당당히 날 불러 세웠다.

"마라탕 사줘!"

나는 두말도 안 하고 마라탕을 시켰다.

저녁으로 막내는 뻘건 기름이 탐스럽게 둥둥 뜬 마라탕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반쯤 먹었을까, 흰 목이버섯에서 물벼룩이 나왔다며 관찰하던 벼룩을 빼고 다시 먹었다.

"엄마, 벼룩이 또 나왔어. 이젠 참을 수 없어!"

"한 마리 나올 땐 먹고, 두 마리는 안 돼?"

막내는 마음으로 마라탕을 버리더니, 먹고 있던 플라스틱 용기를 싱크대 배수구로 아까움 없이 쏟아부었다.

"괜찮아?"

"괜찮아."

막내는 가게에서 비용을 환불받았다며 좋아했고, 나는 막내가 앞으로 마라탕을 안 먹겠지 싶어 좋아했다.


오늘 그때 생각이 나서 딸에게 물었다.

"마라탕에 물벼룩 두 마리가 나왔었는데 또 먹을 거야?"

"다른 데서 시켜 먹으면 되지!"

"어떤 기사에 중국산 버섯에 농약도 다량 검출됐다는데?"

"나 안 죽어! 그니까 먹어!"


마라탕의 위력은 물벼룩이 죽어나가도 끄떡없다. 마음에서 영 떨치지 못하는 마라탕은 막내를 꽁꽁 붙잡고 있으니....

막내의 마라탕 사랑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 시뻘건 국물에 담긴 건더기에 막내의 공부 스트레스가 얽히고설켜 있으니 적어도 고3까지는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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