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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는 아들 대처법

요즘 막내의 잠버릇이 문제다! 문제라고 보면 나쁘게 생각되기 때문에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두겠다.

막내는 창문을 열어놓고 자야 잠이 온다는 것.

나는 문을 열어놓으면 오토바이, 차 소음, 까치가 지나가며 짹짹 거리는 소리에도 깬다. 그런데, 막내는 열어젖히고 자야 잠이 온단다. 이렇게 황사가 빈번한 봄 철에 황사 품에서 자게 되는 거다. 황사 침대, 황사 베개, 황사 이불.....

그래서 생각한 것이 막내 방 창문이 베란다와 연결이 되는데, 베란다 창문을 닫으면 되는 거였다.

옳지! 나는 베란다 창문을 닫기 시작했다. 막내가 눈치를 못 챈다. 다행이다.


이번엔 아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했다.

"전 비 맞은 게 좋아요!"

비를 좋아하는 건 좋은데, 비 맞은 옷은 누가 빨며, 신발도 그렇다. 아들은 툭하면 비를 맞고 오길 즐긴다.

온몸이 흠뻑 비로 젖는 기분이 좋은가보다. 그리고 이 우산이 문제다. 우산은 생각을 못하는 물건이니 문제라고 생각해 두겠다. 우산이 자꾸 달아난다는 것. 아이들 셋 모두 검은 우산만 좋아해서 그것도 내가 누누이 이름을 써놓으라고 했는데, 촌스럽게 누가 이름을 쓰냐고 하면서 서로 주인 정하지 않고 쓰고 다니다가 잃어버린 거다.

"오빠가 내 우산 가지고 가서 잃어버렸지?"

"원래 내 거였어!"

하면서 우산 가지고 아이들끼리 티격태격한 이유도 있다. 우산꽂이에 장우산도 여럿 있고 색깔 우산도 몇 개 있는데 안 쓰고 검은 우산만 고집한다. 자꾸 검은 우산만 잃어버려서 내가 사놓지 않으니까, 아들이 원래 비 맞는 걸 좋아하는 데다가 우산도 없으니 잘 된 거다. 올봄에 자주 비를 맞고 다녔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벗어나니 스스로 하려는 게 많아졌다. 알바를 구하고, 고장 난 컴퓨터 새로 산다며 돈 모으고 있단다. 부모의 지갑을 열기 어렵다는 걸 안 거다. 그리고 자기가 혼자 다 한다며 불평을 하면서도 분리수거 담당이 되었고, 신발도 혼자 빨아 본다고 했다.

며칠 전 비를 흠뻑 맞고 와서 말이다. 내가 일러준 대로 신발을 빨고 햇볕에 널어놓았는데 마른 신발을 내게 보이며 냄새를 맡아보라고 한다! 나는 냄새를 맡고 싶지 않았다.

"어떡해요?"

"비 흠뻑 맞으면 신발이 젖고, 이렇게 빨아야 되잖니? 냄새나기 마련이야! 비 올 때 신발 안 젖는 게 좋지."

나는 우회적으로 아들에게 말했다. 비 맞지 말고 다니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절대 귀담아 안 들을 거다.

자기가 최애로 생각하는 신발이 젖었고 빨아도 냄새가 나니까 앞으로 비 올 때 신 발 안 젖게 하려고 우산도 쓰고 신경 쓸 것 같다.


칭찬을 못해주는 일이라면 아들의 불편함을 캐치할 것!

오기를 기다린다. 그날에는 아들이 색깔 우산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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