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잼 통에 담긴 나이프

서로 다른 생각일뿐

8월 22일에 있었던 일이다.

사각 페스츄리 생지를 사서 오븐에 구워 먹으려고, 어젯밤에 생지를 해동시켜 발효를 시킨 뒤 그 위에 건강을 생각해서 아보카도를 갈아 얹고 오븐에 구웠다.

나는 큰딸이 좀 짜다고 해서 맛을 봤는데, 원래 파는 냉동 아보카도를 소금으로 절여서 파는 거였다. 나는 짜지 않았고 아보카도 특유의 쌉싸름한 맛 때문에 짜다고 느낀 것이 아닐지 생각했다.

나는 그 빵 옆에 잼을 놔눴다. 딸기잼을 발라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 나는 잼통 안에 나이프를 넣어서 뚜껑이 병에 비스듬히 걸쳐져 있었다.

"아들, 그 나이프 빼지 말지. 빵에 찍어먹으려고 했는데."

"그럼, 빨리 먹던 지요!"

아들은 화가 좀 났다. 이미 냉장고에 뚜껑을 닫아 딸기잼을 넣어둔 상태였다.

"내가 빨리 먹지 않은 건 미안해. 하지만 나이프를 잼 통에서 빼는 건 내게 물어보면 좋은데."

나는 다시 새로운 나이프를 꺼내야 하고 설거지할 생각에 조금 못마땅했다.

대구는 하지 않았지만 아들은 화가 더 나 있었다.

아들은 인사도 안 하고 독서실로 갔다.


나는 뭐가 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바른말을 한 것 같은데도 찜찜하고 특히 아들이 토라져 나간 것이 마음에 걸렸다.

최근에 티브이에서 본 정치 얘기가 기억에 남았는데, 뇌구조에 대한 이슈였다.

'상대의 뇌구조를 내가 평가할 일일까?'

'사람마다 다른 뇌구조를?'

나는 아들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한 게 비슷한 얘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내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 말은 나의 생각이지 아들의 생각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은 반박은 못했지만 기분이 나빴다는 걸 느꼈다.

내가 아들에게 내 방식대로 움직여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느끼고 순간 흠칫했다.


통에 담긴 나이프를 뺀 게 무슨 잘못인가? 설거지통에 담근 게 무슨 잘못인가?

좀 더 앉아서 티브이를 시청하려고 시간을 끌며 빵에 잼을 발라서 먹지 않은 나를 인정하면 그뿐.

잠깐 걸리던 것이 아들과의 갈등이 되는 걸, 모처럼 괜찮겠지 하고 한 행동도 신경 쓰고 조심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