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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넘는 사랑

재수 중인 아들은 오늘도 자신과의 싸움 중이다. 그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하는 나는 작년이나 올해나 아들을 대하는 게 더 특별하지 않다.

수능을 칠 때까지 마음을 졸이며 사는 것도 힘든 일이어서 아들이 대학과 진로를 잘 정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 같다. 평정을 유지하려고 해도 잘 안될 때가 있지만, 좀 더 참고자 하면 아들과의 갈등도 부드럽게 입 안에 아이스크림 녹듯 사라질 때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밥 안 먹고 가는 아들을 보며 금방 차려주겠다고 했는데, 아들이 불평하며 나갔다.

밥 타령("밥, 밥, 밥. 그 밥 먹으라는 얘기, 꼭 여러 번 해야 해요?")한다고 얘기하던 아들이 오늘은 뭔가 느꼈는지 문자를 보냈다. 내게 미안했나 보다.



어젯밤에는 별일도 아니었는데, 아들과 갈등이 있었다. 답답해서 혼잣말처럼 한 얘기이지만, 상대가 들어줬으면 하고 한 말이었다. 상대가 아들이었다는 게 문제면 문제였다.

“엄마,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해요!”

“이해가 안 된다고?”

“네.”

“그럼, 그 얘긴 그만하자! 내가 생각 없이 말했나 보다.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얘기해야 하는데.”

“아니, 공감이 아니라 이해를 해줄 수 있는 사람과 얘기해야죠. 난, 이해가 안 된다고요. 그리고 엄마가 생각 없이 말했다고 했잖아요!”

“네가 이해가 안 되는 거지. 내가 아까 한 얘기는 엄마라면 공감해 줄 수 있는 얘기여서 이해되는 말이라고. 내가 생각 없이 말한 게 아니라고.”

“알았어요. 엄마에게 생각 없이 말한다고 해서 미안해요.”

내가 부모가 되면 알 수 있는 얘기라며 ‘툭’ 아들에게 던진 건 잘못이라고 느꼈다. 좀 더 생각했더라면 나오지 않았을 말이긴 했다. 하지만 아들이 공감을 이해로만 받아들여서 그건 구분해 주고 싶었다.

아들과 나는 감정을 걷어내고 미안한 마음의 창을 통해서 서로 위하는 마음을 찾아가고 있다. 한마음으로 더 돈독해지고 있다. 그 마음 안에서 서로 이해되고, 부모와 자식이라는 자리는 다르지만, 이해를 넘어 공감의 세계까지 넓혀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들이 오후 3시에 와서 커피를 선물로 주고 간다. 1+1이라며 편의점에서 산 바닐라라테를 건네고 다시 도서관 행이다.

감동이 물결친다~~~

‘공감보다 높은 건 사랑이 아닐까? 말하지 않아도, 생각할 필요 없이 해주고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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