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쯤 됐을까, 주민자치회 사무실 창문틈에 벌집이 아이 주먹만 하게 붙어있어 말벌이 맴돌고 있었다. 나는 겁도 없이 볼펜으로 벌집을 건드려 아래로 떨어뜨렸다. 출근한 국장님이 놀라면서 자신은 겁이 나서 건드리지 못했다고 했다. 나 스스로는 겁이 꽤 많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럴 땐 겁이 없나 보다. 벌집을 떼고 나서야 "119에 신고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아들이 새벽 두 시가 넘었는데 말벌이 벽에 붙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떻게 해요?"
나는 신발장에서 곤충뜰채를 찾아서 줬다. 잠자리 잡으려고 3년 전쯤에 사놨던 곤충뜰채를 이럴 때 써먹게 될 줄이야....
아들이 모처럼 창문을 열고 잤는데 어디서 들어왔는지 말벌이 들어왔다. 방충망은 좁은데 어느 틈으로 들어왔는지 모를 말벌이 벽에 붙어있을 것이다.
나는 일말의 걱정도 없이 닫아놓은 아들 방 문을 열었다.
"에게, 이게 무슨 말벌이야! 똥파리지."
"아니야, 말벌이라고?"
"자세히 봐, 이건 큰 파리, 똥파리라고!"
아들은 내 말을 듣고서야 자세히 파리를 쳐다봤다.
"말벌이 아니네? 휴ㅡ, 다행이다."
정말 파리가 말벌보다는 조금 작지만 정말 사진으로 찍지 않아서 그렇지 꿀벌만 했다.
그리고 얼마나 잽싸던지, 아들이 10분이 넘도록 파리 하나를 못 잡아서 벽에 뜰채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엄마. 저 똥파리가 형광등 안으로 들어갔어요. 어떡해요?"
"모기약을 뿌리고 자. 그러면 편할 거야."
"어떻게 뿌려요? 등 안에서 뱅글뱅글 도는데.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요."
아들의 말에 나는 한발 물러섰다.
"알았어."
관심을 끄겠다는 소리다.
아들은 의자 위에 올라가 뜰채로 형광등 주변을 계속 건드렸지만, 똥파리는 둥근 형광등이 좋은지 나오지 않았다.
아들도 30분을 말벌 같은 똥파리와 술래잡기하더니 지쳤나 보다.
"엄마, 모기약 어딨어요?"
나는 모기약을 얼른 손에 쥐어줬다.
'그렇지, 뭐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니까, 먼저 그렇게 하고 안 되면 엄마 말을 듣는구나!'
'칙'
" 한 번 더 해!"
'칙,칙ㅡ'
똥파리가 등을 맴돌더니 빠져나와 곧바로 추락했다.
"엄마, 어떻게 처리해? 악, 더러워!"
"휴지로 싸서 휴지통에 버리던지, 변기에 넣고 물 내려!"
아들은 휴지에 싹ㅡ 똥파리를 싸서 변기에 넣었다.
말벌 아닌 똥파리로 밤을 다 새운 것 같다.
더워서도 못 자고, 똥파리 출몰로 못 자고.
얼마 전에는 러브버그가 방 안으로 쳐들어와 자기 집처럼 날아다니고, '우르르' 죽어 있어서 걱정이 좀 됐었는데, 베란다 한 화초에 지네가 일광욕하듯 떼로 모여있어서 모기약을 뿌렸었다. 그런데 요즘 바퀴에 똥파리까지....
또 방마다 벌레 약을 쳐야겠다. 모기스프레이도 하나 구입하고.
여름은 곤충을 살 찌우는 계절인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