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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Aug 02. 2024

김치 라면

2023년 11월 18일

'라면 먹는 날'에 나와 딸 둘이 먹으려고 라면 4 봉지를 가져왔다.

물이 끓고 있는 냄비에 면 4개와 김치를 풀어 넣었는데, 김치를 많이 넣는 바람에 라면이 너무 짰다. 막내는 따로 그릇에 물을 담아 라면을 씻어 먹고, 나와 큰딸은 정수기의 온수를 라면 그릇에 내려 먹었다. 막내는 짠 음식은 못 먹는다며 잘도 먹는다.


“짠데 잘 먹네. 물에 씻어 먹으니까 먹을 수 있잖아!”

“아니거든, 살려고 먹는 거야!”

반쯤 먹은 딸이 다 못 먹겠다고 투정이다.

“어쨌든 살 만큼은 먹었네.”

라며 나는 농담을 했고, 다 먹은 줄 알고 딸 그릇에 남은 김치를 건져 먹는데 딸이 하이에나 같다고 했다.

    

막내는 짠 걸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먹는 게 마라탕이어서 이번에 끓인 라면도 잘 먹을 줄 알았다.

“짜서 못 먹는걸. 물 좀 타!”

“안 짜, 먹을 만해!”

라며 다시 라면을 먹었다. 그런데, 몇 젓가락 뜨는가 싶더니 딸이 주방으로 갔다.


“안 짜다며. 너 혹시 물 탄 거 아니야? ”

“아니야, 국물이 없어서 국물 더 넣고 온 거야!”

“정말?”

딸은 끝까지 안 짜다고 고집부린다. 나는 의심스러워 다시 물었고 막내는,

 “사실, 물을 좀 탔어! 하하하―”

"하하하―"

나와 딸들은 라면을 먹으며 화기애애했다.     




나는 5학년 때쯤 같이 놀던 친구가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 친구 엄마의 라면 먹는 법인데, 친구 엄마는 라면이 퍼지면 절대 안 먹는다는 것이다. 친구는 익어 퍼진 라면을 좋아하는데 엄마와 달랐다.      

나는 딸들과 면발이 익었나, 안 익었나를 놓고는 갈등이 없어서 다행이다. 라면을 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라면을 끓일 때 어느 집은 스프를 먼저 넣어야 하고, 면을 먼저 넣어야 하는 집도 있고, 둘 다 동시에 넣어야 하는 집도 있고. 그것 가지고도 갈등이 생긴다는데, 우리 집은 짠지, 싱거운지만 따져서 물로 조절할 수 있으니, 라면 먹는 데는 소통이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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