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대 여성 6명이다. 이번 비지니스 추립에는 여성으로만 구성됐다. 그래서인지 밀착해서 앉아도 무슨 말을 해도 연신 하하호호다. 한 나절 시간을 내어 동백공원을 찾았다.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동백수목원, 넓게 조성된 주차장인데도 보기 드물게 흙먼지가 일었다. 상공에서 촬영했는지 수목원의 안내 지도에는 동글동글하게 붉은 사탕이 빼곡하다. 자세히 보고서야 동백나무인 줄 안다. 4대에 걸쳐 조성했다는 동백숲은 특이하게도 동그랗게 전정하여 피어난 꽃이 모두 거대한 풍선 모양이다.
자세히 보면 모든 동백이 한 수종인데 개량종인 애기동백이다. 어른 키의 서너 배 이상되는 나무가 활짝 피어 꽃을 다 보려면 고개가 저절로 올라간다. 동백꽃길을 걷는 동안 저도 모르게 입가가 올라가고 와와 하는 감탄은 시선 따라 하늘로 퍼진다. 꽃을 쫓아가는 꿈길 같다.
동백은 11월 중순부터 피어 이듬해 3월 초까지 핀다. 그중에서 12월 말부터 1월이 절정인데 애기동백은 절정을 너머서고 있다. 동백꽃은 봉오리채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애기동백은 하늘하늘 잎이 내려서 곳곳의 바닥이 붉다. 관상용으로 개량되었다는 애기동백 군락이다. 자연에서 자생하는 토종동백은 봉오리째 떨어지고 통꽃이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농을 들었다. 붉은 외투가 동백꽃 속에서 꽃을 무색하게 한다고. 여섯이 모두 은은한 그레이 카키 블랙톤의 옷을 입는데 어쩐지 나만 붉은 옷이다. 이번 기회에 붉은 옷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올라왔다.
3 자매가 도란도란 자랄 때 엄마는 시장 옷을 사 오셨다. 아이보리나 연한 색깔의 옷 사이에는 꼭 남색 계열의 옷이 있었는데 바지든 스웨트든 늘 그 색은 내 몫이었다. 덩치가 커서 조금 축소되어 보이는 걸 그 나이에도 알았던가? 원해서 사온 건지 골랐던 건지 그 색은 항상 내 몫 이었다. 그러고 보니 40대를 다 채울 때까지도 거의 그 색을 고집했다.
어느 날엔가부터 변했다. 겉옷이든 스웨트든 붉은색을 들고 바라보기 시작한 거다. 이걸 입어도 될까. 점주들은 적극 권했다. 할머니들도 입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그렇게 시작한 원색 옷사랑은 옷장을 칼라풀하게 만들었다. 다 큰 아이들이 핀잔을 줘도 꼼짝도 않던 마음이 최근 조금 변하기 시작한 거다. 그 막바지가 아마도 이번 여행이 될 것 같다.
붉은 옷을 이제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다시 젊어지는 건가. 나이들 수록 붉은 옷이 좋아진다고 했으니 그 색이 저어지면 반대가 아니겠나. 유년기에 거무죽죽한 남색의 옷에 묻혔다가 어느 순간 밝은 원색을 선택해 왔는데, 그때도 마음이 변했고 지금도 마음의 변하는 거다. 남 신경 쓰지 말자고, 내가 좋아하는 걸 입자고.
흰색도 이뻐 보이고 아이보리 그레이 카키도 좋아진다. 훨씬 마음이 누그러진 거다. 남 시선 말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는 거다. 디자인이나 색상보다 남 눈을 의식해 온 것을 이제야 안다. 내 얼굴과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옷을 선택해야지. 어쩌면 남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옷뿐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울려 수목원을 방문한 것은 남 시선보다 마음이 가는 대로 결정한 예다. 결정권이 있고 선택권이 주어진 이후에 할 수 있는 일은 소소하게 많다. 재량권이 주어졌을 때 가급적이면 다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하고 특히나 저를 위한 선택에서는 당연히 자기 마음이 최우선이다. 앞으로는 더 그래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