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너머 보기
처음 네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불 켜진 내부 모습
유리창에 비치던 얼굴이 차츰 사라지고 푸른 새벽 기운이 퍼지면
도로와 차 사람이 보이기 시작해
그 풍경 앞에 막아 선 커다란 나무가
네모 창문마다 긴 가지를 이어가며 들여다보고 있는데
무성하던 이파리가 가을즈음엔 노란빛 하나 안 내놓더니
어느 날 불어온 한기에는 급하게 마음이 변했는지
엄청나게 달려온 사람의 얼굴처럼
가지채로 붉어지더니 이제 맨 가지 맨 팔다리야
그 나무가 한 그루인 줄 알았는데
자리를 옮겨 쿵쿵 뛰다가 아래쪽 창문을 보니
두 그루도 아니고 네 그루터기가 받치고 있네
넷이 모여 하늘 높이 가지를 아울러
마치 한 그루 인양 몇 계절을 보낸 거야
바라보는 이가 어찌 보든 제 어울림은 제 뜻이니까
더 많이 설렁해진 날에 드디어 그 모습 다 드러내 놓고
몸통을 보든 고개 들어 빈 가지를 보든 땅을 딛고 선 나무둥치를 보든
더 멀리 보라는 듯 보이는 것만 보냐는 듯 창을 막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