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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페 Oct 15. 2022

미리 긴장하지 말자

의외로 괜찮을 수도 있다

 골수검사


 다음 날이 되었고 평일이 되었다 월요일인 것이다 자고 일어나서 개운 한 건 정말 오랜만인 거 같았다 아이들에 치이지 않고 조용한 하루의 시작. 그리고 수혈받고 좋아진 몸상태. 병원이라는 거만 제외하면 정말 기분 좋은 아침 기상이었다 좋았던 기분도 잠시 아침부터 간호사가 찾아와선


 '오늘 골수 검사하신다는 거 들으셨죠?'라고 했다 금시초문이었다 지 안 할지 고민한다더니 이건 무슨 말인가 한다니? 내게 아침부터 찾아와선 평화로웠던 나에게 커다란 공포를 심어준 간호사에게 물었다 정말 한다던가요? 고민하고 계신다는데? 놀라고 의문스러운 나의 말에 간호사는 다시 알아보고 오겠다며 나갔고 나는 한다고? 진짜? 두려움에 떨었다 제발 간호사가 잘못 알고 있었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랐다. 당장 <그것> 결과 때문이라기보단 골수검사 자체에 무서움이 있었다. <그것>에 대한 정보는 몰라도 골수검사는 대충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있어서 더 무서웠다 그걸 내가 한다니 려웠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 이랬던가 피성이 짙은 건인지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왕 하는 골수 검사해서 <그것>이 아을 증명하고 싶었다 호사가 다시 물어봐도 아마 할 거 같은 느낌을 진하게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 와서는 교수님이 진행하자고 했다고 오늘 오전 중에 한다고 했다 또 오전이라 하니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떨려왔다 그래도 남편이랑 같이 손을 부여잡으며 이왕 하는 골수검사에서 <그거> 아니라고 뜰 거라고 정확도를 위해서 하는 거니까 우리 걱정하지 말자 잘하자 되뇌었다. 그 후로 시간이 어떻게 흘렀나 모르겠다 시간은 점점 점심시간을 향해 흘러갔고 오전 중에 한다던  골수검사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남편이랑 무료하게 있을 때 드디어 누군가가 왔다 일반 간호사 복장이 아니었다 골수검사였다


 골수검사를 하기에 앞서 화장실을 다녀와야 한다 검사를 하는 곳은 엉덩이 위쪽 골반에 하게 되는데 우리가 가진 뼈 중 가장 큰 골반뼈에서 검사가 진행된다 생각보다 매우 굵은 바늘인데 검사부위를 부분마취를 하고 골반 뼈에 찌르게 된다 일반적으로 피검사나 링거주삿바늘을 사용한곳은 곳은 5~10분 지혈을 하게 되는데 골반에 <뼈>를 찌르는 바늘은 특수바늘로 매우 굵기 때문에 골수검사 후 약 4시간가량 모래주머니에 충분히 지혈을 해야 해서 일어나지 못한다 4시간이 지난 후 지혈이 완료되었다 허락 맡고 일어날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총 3번 해봤는데 첫날 빼고는 화장실 때문에 참다 참다 폭발 직전에 허락 맡고 장실을 간 적이 있다 먼저 싸고 와도 마려운 걸 쩌란 말인가 내가 어떻게 컨트롤 할 영역은 아님이 분명하다



사서 불안해 하지 말자


 검사를 하기 전 손가락에 피를 살짝 내어 네모난 유리판에 피를 조금 묻힌 후 쫙 민다 거기에 골수검사를 한다고 했다 마치 어린시절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했던 유리판에 뭔갈하고 현미경보듯이. 신기했다 다행스럽게도 두려움과 공포심에 쿵쾅쿵쾅거렸던 나의 심장은 마스크를 썼음에도 (엄청) 이쁜 선생님의 모습과 꽤 많은 유리판들에, 내  담긴 유리판이 늘어날 때마다 가라앉았다 절대 예쁘셔서 진정된 건 아니다 아무튼 그렇다 골수검사 결과는 일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 사이 가판독이 나오게 된다고 했는데 가판 독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말 그대로 '가판독'이니 정확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래서 그 결과에 대해 생각도 안 하고 정식판독이 일주일 걸리니 내 입원 예상일과도 같다 생각했다 피를 많은 유리판에 드디어 다 밀었다 이제 골수검사를 시작할 일만 남았다 다시 불안이 몰려왔다


 다행스럽게도 검사는 엎드려서 진행된다 내가 직접 검사하는 거를 볼 일이 없단 소리다 나마 다행이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전혀 다행히 아니었다 엎드리기 전 진통제를 맞았 앉아 있었는데 세상이 돌아갔다 너무 긴장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쌘 진통제를 맞으면 일시적으로 그렇다고 한다 긴장한 마음을 뒤로하고 엎드렸다 하필 남편이 화장실 간다고 옆에 없었다 손 잡아준다 해놓고 혼자 이 역경을 헤쳐나가게 하다니 돌아오면 실컷 욕을 해줄 마음이었다 그 정도로 긴장되었다 안보이니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러나 안 보이는 '공포'가 있었다 내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차마 뒤돌아볼 용기가 나지않는 깊은 공포


 마침내 검사가 시작되었다 검사를 하는 부위에 부분마취를 하고 잠시 대기상태가 되었다 골수검사는 다른 의사가 한다고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 짧은 시간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지금은 떠오르지 않는다 얼마나 긴장하고 떨었는지 그때 엎드리고 끝날 때까지의 기억은 몇 가지 기억나지 않는다 골수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선생님 선생님 끝났나요? 어으어억엉ㄱ'하는 나의 외침과 없었으면 진짜 남편을 가만 안 뒀을 소중한 베개를 꽉 쥐던 기억. 그리고 선생님을 외칠 때마다 내 발바닥을 토닥이던 따스한 손길. 누가 토닥거렸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많이 안심이 되던거같다


 모든 게 끝나고 나니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내게 검사를 해주신 의사는 베테랑인가 보다 노련한 의사가 아니면 신경을 건드려 찌릿하다는 느낌도 없었고 마취 덕분인지 불편한 감은 있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프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아픔은 칼로 쑤시는 아픔일 거라 생각했얼마나 긴장했으면 검사를 진행한 의사가 여자였는지 남자였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분명 내게 시작할게요 다돼갑니다 끝났어요 수고했어요 등등 말했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아무튼 이제 4시간 동안 누워 지혈할 일만 남았다 엎드린 상태에서 하는 줄 알았는데 모래주머니를 깔고 누웠다 하필 시간이 점심시간이다 누워서는 밥을 못 먹는다 이대로 굶나 싶었지만 남편이 점심을 먹여주었다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누워있는데도 밥이 술술 넘어갔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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