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나페 Oct 18. 2022

<백혈병> 그 이름의 무게

알면 알수록 그 '무게'가 와닿는다

백혈병도 암이다 혈액암


 고형암으로 치면 4기. 상당히 높은 기수이다 나는 백혈병이 하나의 '질병'인 줄로만 알았다 이번에 검색하며 알게 된 사실이 백혈병도 암이란 사실이다 그것도 혈액에 존재하는 암. 온몸, 전체란 사실에 약간 소름이 돋았다 내가 알고 있던 암은 어느 곳이든 생길 수 있고 장기 이름에 따라 대장암, 위암, 간암 등등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게 암인 줄 알았다 혈액에도 암이 생긴다면 고형암들처럼 굳는 줄 알았다 아니 사실 혈액암 들어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혈액암은 혈액 속을 타고 다니는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아주 나쁜 아이였다 그게 혈액암이다 백혈병과 같은 말인 줄은 몰랐다


 보통 65세 고령부터 잘 걸리게 되는 게 급성 골수성 백혈병. 소아나 비교적 젊은 청년층이 잘 걸리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게 검색 결과이다 나의 증상들은 급성에 가까웠고 나는 스스로가 아직 젊다고 림프구인 줄 알았다 그래서 교수님과의 면담에 실패한 오늘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에 대해서만 주구장창 알아보고, 인터넷상에 있는 백혈병 투병일기 가운데 발병까지의 얘기들이 너무 공감이 되고 세상에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구나 안타깝고 한번 보니 빠져들어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병원에서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회진시간에 교수님께 할수 있다면 당장 항암 시작하자고 얘기할 생각이었다 무엇이되었든 간에 <급성>이다 빨리 뭐라도 시작해야 된다


 겨우 잠이 들고일어난 아침 오늘은 꼭 교수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대화를 나누리라 다짐하고 있을 때 교수님이 오셨다 이번에도 남편만 데리고 가려는 교수님께 나도 모르게 그만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께 질문하듯이 손을 들고 외치고 말았다 '교수님! 저도 듣고 싶습니다!' 순간 나가려다가 당황하신 교수님 말도 없이 그대로 또 나가셨다 같이 오신 의사 선생님과 남편 그리고 나 모두 당황해버렸다 이대로 나와는 영영 대화다운 대화를 못하는 건가 실망하여 시무룩할 때 따라나갔던 남편이 금방 다시 돌아왔다 '너도 오래' 기쁨을 숨길 수 없었고 함박웃음을 하며 남편과 함께 면담실로 들어갔다 드디어 교수님과 대화를 하게 되다니 너무 기뻤다



아닌척해도 죽음은 무섭다

 

 인은 알고 있나요 라는 교수님의 말에 나는 아주 당당히 네 남편이 말해주었습니다!라고 했고 교수님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백혈병골수성과 림프구성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 급성과 만성이 있는데 내게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고 하셨다 림프구성이 아니었다 골수성이었다 의문을 표하기 전 내가 지레짐작한니 경청하기로 했다 보통의 성인이 백혈병으로 오면 대부분 급성이라고 말 그대로 급성이니 치료를 빨리해야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제일 도움 안 되는 짓이라고 하셨다 내가 찾아보는 후기들 외에도 아픈 사람들을 혹하게 하는 과대광고들 탓도 있었다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되는데 '이거'먹고 나았다고 하는 그런 포스팅들. 악질이다


 나는 속으로 뜨끔했다 나와의 의지와 다르게 검색하다 보면 긍정적인 거만 봐지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것도 봐졌기 때문에 마음이 약해진 것도 사실. 정 궁금하면 '구글'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검색하고 나오는 질환백과 의료정보만 보라고 직접 찾아주 리곤 자녀 계획을 물어보셨고 이미 나에겐 사랑스러운 두 아이가 있었기에 아이가 둘이라고 답했고 놀란 교수님은 나와 남편의 얼굴을 번갈아보셨다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더 이상의 자녀계획은 없었기에 둘에서 끝이다 말씀드리니 다행이라고 하셨다 이유가 항암을 시작하면 거의 불임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 같은 여자 환우의 경우는 치료 시작 전 산부인과에서 난자를 미리 빼놓거나 보호하는 주사를 맞게 된다고 했다(추후에 치료가 끝나고 임신에 성공하신 분도 계신다고)


 항암이 암만 죽이는 게 아니라 '나'도 같이 죽인다 무서운 놈이다 하지만 살기 위해선 해야 했다 백혈병을 치료하지 않고 두게 되면 수개월 이내 사망하게 되니 얼마나 무섭나 나는 아직 살고 싶다 내 자식들이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 자식들이 결혼할 때까지 말이다 머리카락도 빠진다고 했다 요즘 암에는 강하지만 우리 몸에는 부작용이 덜한 항암제들도 많다고 하셨다 하지만 백혈병 같은 경우는 혈액 안에 존재하는 암이기 때문에 '보통'의 항암보다 세다고 하셨다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다 빠질 거라고. 대머리가 된다는 소리에 그제야 내가 암환자구나 받아들여졌다 이때까지 남 얘기하듯 들었나 보다 대머리가 된다는 소리에 긴장감이 더해졌다 그런 날 보시더니 걱정하지 말라 하셨다 치료가 끝나면 다시 자랄 거라고 그게 문제가 아닌데 말이다


 세상이 많이 좋아지긴 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미디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아프기 전 건강할 땐 드라마에서 ○○병입니다 악성○○○입니다 할 때마다 별생각 없었는데 정작 내가 그런 병이 되니 환자의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조건 별 탈 없이 해피엔딩 아니면 제작하지 말아 줬음 한다 수많은 환자들이 고통받는다 티브이를 볼 수 없다. 나 역시 반성한다 아프고 나니 아픈 사람들 마음을 공감해서.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환자'가 되면서 당연시했던 모든 일들에 제약이 걸렸다 평범했던 일부터 아주 사소한거까지 전부 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제 시도 때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의 생각 <공포>에서 이겨내야 다 오래 살고 싶다

이전 09화 그렇게 나는 백혈병이 되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