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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페 Oct 19. 2022

백혈병 치료과정의 <표준> 일정

특별한 경우 아닌 이상 치료과정은 '이렇게'된다

앞으로의 치료 일정


 남편만 데리고 가 야기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환자인 내가 충격받을까 봐 보호자인 남편만 불러 얘기하신 거였다 언제까지 숨길 예정이셨는지 당사자인 나는 그동안 답답했지만 지금이라도 얘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교수님께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교수님은 친절히 알려주셨다 조혈모세포라는(아기 탯줄에 안에 제대혈 있는데 희망하는 산모에 따라 보관하게 그것 조혈모세포라 부른다) <엄마> 세포가 혈액 내 모든 세포를 만들어 내는데 이 엄마인 조혈모세포가 정상적인 일을 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세포를 만들어 내게 되면 그것을 아세포라 부른다 골수 내 아세포가 20퍼센트가 넘으면 백혈병인 혈액암이 된다 비정상적인 세포들 덕에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들의 생성이 억제됨으로 쉽게 감염되고 잘 낫지 않는다고 한다


 나의 아세포는 46퍼센트. 거의 절반이나 가까운 수준이다 교수님은 내게 골수검사 결과는 나왔지만 유전자 유형은 아직이라 하셨다 유전자 유형에 따라 좋은 예후군, 표준 위험군, 나쁜 예후 군으로 나뉘는데 눈에 띄는 안 좋은 유전자는 없는 거 같다며 '표준'으로 보면 된다고 하셨우리의 목표는 이식 후 완치로 앞으로의 대략적인 치료 일정을 말씀해주셨다


첫째, 관해 유도 항암(1차 항암)

둘째, 관해 성공 시 다지기/1차 공고 항암(2차 항암)

셋째, 다지기/2차 공고 항암(3차 항암)

넷째, 타인/형제/부모 100/50 조혈모세포 이식

다섯째, 완치


(타인을 구하지 못하고 형제, 부모도 여건이 여의치 않아 조혈모세포를 구하지 못하면 '제대혈'을 기증받아서 할 수 있다)


 말로만 들으니 별거 아닌 거 같았다 교수님도 내게 나이 드신 분들도 항암 할 거 다 하고 이식도 하고 별일 없으신 분들도 많다고 내게 젊으니까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 하셨다 나이 어린 걸 무시할 수 없다고 젊은 게 최고의 무기라고 격려해주셨다 <관해>라 함은 백혈병 치료과정에 주로 쓰이는 단어인데 그 외 암에도 쓰이기도 한다. '완전'관해라 해서 내 몸속 눈에 보이는 '암'이 없어졌다는 뜻인데 그렇다고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잔여 세포가 약 1억 마리 이상 존재하기 때문에 2차 항암으로 다지기 항암 들어간다 다지기란 말 그대로 암이 올라오지 못하게 항암으로 꾹꾹 다진다 해서 다지기 항암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것을 <공고 요법>이라 부른다


 관해 유도 항암에서 '완전'관해가 된다면 다음 단계인 1차 공고(2차 항암)를 하게 된다. 우리가 부르는 완전관해는 골수 내 아세포가 5퍼센트 미만 이어야 하고 그 이상이면 관해가 실패했다 하여 공고 요법이 아닌 해 유도 항암을 다시 하게 된다 환자의 상태, 관해 유무에 따라 항암제가 바뀌기도 한억울한 건, 관해가 안되고 싶어 안 되는 게 아닌데 한 번완전관해에 도달하지 못다면 이식 때 들어가는 비용 중  관해 유도 항암에서 완전관해에 도달했을 때 환자가 내는 금액 5퍼센트에서 실패 시 50퍼센트로 확 늘어나게 된다 2차에서도 실패하게 되면 50퍼센트에서 더 늘어나게 된다 이런 병에 걸린 것도 억울하고 살고 싶어서 항암 하고 환자 본인도 한 번에 관해되고 싶은데 안는걸 금액까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관해에 도달하게 되고 몇 주의 휴식기를 거처 1차 공고 항암을 하게 된다 공고 항암 중 우리는 <공여자>를 찾아야 한다 '타인'이 나와 유전자 맞을 확률은 이만 분의 일의 확률. 그마저도 없을 수도 있다 진짜 조혈모세포 기증해주시는 기증자분들은 천사다 한 생명을 살리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이 설명하시다가 내게 <형제>가 있냐고 물어오셨다 나에겐 형제인 '친'오빠가 있다 하지만 오빠는 심장비대증이 있어 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교수님께서 듣더니 타인 공여자를 못 구하면 부모 반일치생각하고 있어라고 하셨다 나는 자식이기 때문에 부모의 반씩은 무조건 맞다고 반일치가 된다 하셨다 요즘은 의학이 많이 발달하여 100프로 일치든 반일치든 치료성적이 거의 차이 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니 걱정하지 말라 하셨다


 조혈모세포 이식과정은 옛날 우리가 골수이식이라는 공여자 골수에서 골수를 직접 채취하여 환자의 골수에 직접 이식하는 방식으로 골수이식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공여자가 매우 힘든 단점이 있다 그래서 백혈병 환자의 조혈모세포 기증을 꺼려하는데 그것은 아주아주 옛날의 방식이고 지금은 전혀 하지 않는다 현재 이식방법으로는 말초혈액에서 마치 헌혈하듯이 조혈모세포를 채취하게 된다 간혹, 중심정맥관을 잡기도 하지만. 조혈모세포 이식 시, 혈액형은 무관하고 유전자만 보기 때문에 연락 오는 경우도 드물다 이만 분의 일의 확률이니 어쩌면 연락이 안 올 수도 있다 기증 방법 또한 매우 간단해졌다 기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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