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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페 Oct 22. 2022

교수님과 손잡기

일단 지르고 보자 후회 안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수님의 손은 따뜻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나의 진단명이다 앞에 붙은 '급성'. 치료가 빨리 이뤄져야 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골수 검사하고 며칠째 띵가 놀고 있는 건지 교수님과의 대화중 의문이 들어 교수님께 급성인데 빨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럼 내일부터 하자고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바로 항암하지 않은게 나는 조금 불만이었는데 막상 '내일'이라니 어쩐지 조금 긴장되었 항암을 처음 하는 나는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몰랐환자들이 하는 항암은 그저 '힘들다'정도만 알고 있어서 어떻게 힘이 드는지 무엇이 힘이 드는지 전혀 몰랐다 검색해봐도 힘들다 얘기뿐 어떻게 생긴 건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건지 당최 몰랐다 암을 억제하는, 암을 없애는 그런 거구나 그럴 뿐. 


 교수님은 내게 내일 각종 검사와 중심정맥관을 먼저 잡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겨우 단 며칠 검색한 나는 중심정맥관이 그만 히크만인 줄 착각하고 말았다 의학적 지식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그게 그거였다 항암은 링거처럼 주삿바늘로 인해 인체에 주입하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 일반 주삿바늘에 하기도 하지만 통은 링거 주사 맞는 팔에는 항암이 독하기 때문에 할 수 없고 쇄골 쪽에 케모포트라는 중심정맥관 c-라인을 잡게 된다 케모포트는 단기간 항암에 주로 쓰인다 보통의 백혈병 환자들은 독한 항암제를 계속 쓰기 때문에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는 히크만 카테터 즉, '히크만'을 달게 된다 에게 한다는 중심정맥관은 오래 써도 한 달이란 기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그 말을 듣고 아 나도 히크만을 달고 거기로 항암을 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항암에 대해서 설명하시다가 항암 치료하는 과정에서 사망할 수 있고 감염에 조심해야 한다고 위생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훅들어온 교수님의 말에 그만 고 말았다 혈병은 그 병 자체도 매우 위험하지만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로서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여 환자에게 알릴의무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게 '내'가 되니 그런 말은 안 들었으면 싶었다 그래서 이 며칠 동안 보호자만 따로 불러 얘기한 건지 위험도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듣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앞으로의 백혈병 치료계획과 방향, 설명과 질문. 그리고 격려와 응원 여기까지가 좋았다 하지만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사망>이란 단어. 죽음을 떠올리기엔 충분한 단어였고 마음이 새까매졌다 다른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교수님의 손을 잡으면 마음이 진정이 될 거 같아서 모든 얘기가 마무리된 후 교수님께 손잡아달라고 했다 손을 내밀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평소에도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하자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어제 내가 백혈병이란 소리 듣고 '하고 후회하자'에 더 큰 용기가 났다 그래도 아직까진 실천에 옮기기에는 아직 작디작은 새가슴인 나는 과연 잡아주실까 하며 세차게 뛰는 가슴을 뒤로한 채 교수님께 잡아달라고 했다


 진짜 손잡아달라 할까? 지금 아니면 언제 해 회진시간에? 또 휙 가버리시면? 지금이 기회인 거 같은데 하며 속으로 생각만 하다가 이대론 교수님의 손을 잡아볼 기회가 없을 거 같아서 손을 불쑥 내밀었다 '교수님 손 좀 잡아주세요' 나의 말에 교수님은 당황하신 거 같았지만 나의 손을 꼭 잡아 주셨다 잡아달라 하기 정말 잘한 거 같았다 마음이 진정되는 거만 같았다 앞으로 나는 교수님과 한배를 타고 의사, 간호사 등등 나의 완치를 향해서 나아갈 것이다 나는 의료진을 믿고 나을 생각만 하면 되는 거다 하라는 거만 하고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고. 궁금한 건 바로바로 물어보고. 떨리는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니 이제 내일 나의 인생 첫 항암을 시작하면 된다



알릴 의무


 교수님과의 면담을 끝으로 병실로 돌아왔다 내가 항암을 하게 되다니 또다시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현실 부정이라도 계속하는 건지 언제쯤 익숙해질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제 부모님에게도 알려야 하고 '누구'까지 알릴지 남편과 상의했다 일단 남편회사에 말해 육아휴직을 내기로 했다 백혈병은 다른 암과 다르 항암이 끝나고 퇴원할 수 없다 혈액 내 존재하는 아세포를 없애야 하는데 '정상'세포까지 없애 버리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해지고 '피'를 만들어 낼 수 없어 수혈을 받아야 하기 때문.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고 피검사를 하게 된다 그래서 보통 백혈병 치료를 위해 입원을 하면 관해 유도든 공고든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약 한 달이라는 기간이 소요된다


 아이가 둘이라 마냥 부모님께 맡길 없었 시댁과는 일이 있어 연락을 안 하고 지낸다 그래서 남편이 육아 휴직을 낼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내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말하기로 했다 항생제 알레르기 때문에 입원한 걸로 알고 있는 부모님과 친구들. 퇴원해도 벌써 했을 텐데 주말부터 벌써 며칠째 퇴원 소식이 없으니 걱정 한 가득이다 응급실에서 입원한다 했을 때부터 검사 결과가 아직이라고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었다 어제 내가 백혈병이란 걸 안상태에서도 교수님께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남편도 분명 서로 얘기했을 텐데 너 백혈병이래라고 나에게 말한 거 외에는 남편에게 들은 것도 없다 그래서 오늘 드디어 면담에 성공해서 직접적으로 내가 알게 되었으니 이제 이 사실을 알릴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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