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나페 Oct 14. 2022

아플수록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

너만 아픈 거 아니다

제재 없는 고위험 환자


 링거를 맞고 수혈까지 하니 몸에 수분이 많아졌나 보다 화장실을 자주 갔다 누워서 있을만하면 마려워 일어나게 된다 그러면 남편이 폴대를 잡아주고 나는 남편을 붙잡고 천천히 화장실을 오고 다녔다 그러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도 보게 된다 별로 보고 싶진 않지만 어찌나 목소리들이 크던지 바쁜 응급실 상황 속에서 새로이 오는 분들마다 다 하는 말이 있다


'왜 안 와 아파 죽겠는데 부른 지가 언젠데 나보고 죽으라는 거야?'


'화장실을 가지 말라고? 여기서 어떻게 봅니까!'


 각자 사람마다 어떤 이유로 오게 됐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고 있다 응급실은 온 순서가 아닌 응급 순서부터 환자를 본다는 것. 당연히 아파서 온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진이 봤을 때 당신보다 뒤에 온 사람이 더 위급하다면 뒤에 온 사람부터 진료를 볼 것이다 당연한 문제다 사람은 평소 이성적인 판단으로 상황을 직시하고 배려와 존중을 하지 않을까 근데 아프니까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그 작은 이기심 존중과 배려가 배제된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아파서 온건 맞지만 여기 다 환자인데 조금만 배려하고 기다렸으면 좋겠다 싶었다 간호사와 의사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화장실의 문제는 어떠한 상황으로 인해 가면 안 되는, 침대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병원 편의점에서 간이 소변기를 사 오거나 기저귀를 차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적이었다 그런 것을 보며 아 나는 가도 되나 보다 제재하는 사람이 없네 다행으로 여겼다 이후 한참이 지난 어느 날. 교수님 회진시간 때 어쩌다 응급실 얘기가 나왔고 응급실에서 화장실도 못 가게 했을 텐데라고 하셔서 어? 하게 되었다 화장실 자주 갔다고 아무도 날 붙잡지 않았다 하니 굉장히 무서운 표정이 되셨다 아마 그날 집합하지 않았을까... 하하


 내가 그날 화장실을 가면 안 되었을 이유가 혈소판이 낮아서라고 한다 단순히 혈소판만 낮아도 응급실에선 못 가게 했을 텐데 혈색소도 낮으니 이동하다 어지러워 쓰러지다 어디 한 군데 잘못 박으면 출혈이 날 수 있어 매우 위험했다고 했다. 그거 그때 알았으면 아마 자체적으로도 화장실에 안 갔을 거 같다. 모르는 게 용감하고 무식했다



환자? 나도 환자


 수혈받는 사이 남편도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입원대기상태가 되었다 검사 결과가 새벽에 나오는데 새벽에는 입원실 이동이 불가하기 때문에 응급실에서 대기하다가 결과 나오고 내일 병실로 이동할 건지 아니면 임시 병실로 이동할 것인지 물어왔다 응급실 대기하다가 내일 이동한다고 해도 오전이 될지 오후가 될지 모른다 하고 밤엔 불도 안 끈다 하니(당연한 얘기) 임시 병실로 옮기게 되었다. 이 마저도 대기가 있었다 얘기하고도 2시간가량 기다렸고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대학병원의 응급실은 너무나도 정신 사납다 제발 잠이라도 자고 싶었는데 응급환자 때문에 정신 사나운 게 아니라 서로와 달라고 난리였기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거기다가 어찌나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스피커폰으로 대화하시는지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도 난다(특정할 수 있으니 언급하진 않겠다) 겨우겨우 참고 임시 병실로 이동했다 드디어 오늘 하루가 마무리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직 저녁시간도 아니였는데 나에겐 너무나도 길고 긴- 하루였다. 임시병실은 3인실이었고 너무나도 조용해서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잘 수 있음에 기뻤는데 그것도 잠시 옆자리에 누가 왔다 응급실에서 옆에 있었던 스피커폰이었다 설마 에이 여긴 시끄럽지도 않고 조용한데 그러겠어? 생각했지만 설마가 사람 잡았다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했다


 같은 말의 반복. 긴 통화. 결국 참다가 폭발했다

웬만하면 나는 참는 스타일이다 불똥 튀는 것도 싫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나도 환자다 머리가 지끈 울려서 참다못해 커튼 너머로 말했다 제발 조용히 해달라고 머리 아파 죽겠다고 말하니 아차 싶으셨는지 조용히 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전화는 계속하셨다 결국 다시 스피커폰으로 넘어가서 간호사에게 얘기해버렸다 나도 환자라고 결국 간호사가 나서야 조용해졌다


 조용해진 병실에 가만히 누워있으니 아침부터 너무 다사다단하고 정신없었고 힘들었던 하루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갑작스러운 입원결정에 엄마에게 통보도 했다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도 통보당한걸.. 아닐 수도 있으니까 아직 <그것>이라고 말은 못 하고 주말이라 내일 돼서 검사를 해봐야 알 거 같다고 항생제 알레르기 때문인 거 같다고 그렇게만 얘기했다 내가 입원하고 남편도 보호자로 있으니 아침부터 우리 집에서 아이들을 보고 있던 엄마가 며칠 더 우리 집에 있기로 했다. 그게 아이들 보기 편하다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서 집에 가야하는데 단순 착오로 인한 헤프닝이였으면. 두고두고 이 날을 떠올리며 그땐 그랬지~ 하고 웃을 추억거리가 되었으면. 임시병실로 오고 나의 입원 예상기간은 총 7일로 나왔다 뭐가됬든 검사를 하고 우리는 <그것>이 아녔네~ 하며 퇴원하길 바랄 뿐이다

이전 06화 가능성의 무게 아니길 바랐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