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건축가 전소장 Oct 19. 2022

집은 '존재의 방식'이다.

buying에서 being으로.

내 공간을 꾸리고 안착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내 집짓기는,

이 본능을 가장 충실히 충족하는 방법이자,

어떻게 존재할지 공간으로 결정하는 일이다.

집짓기에 앞서,

깊은 사유가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생각해봐야 할까?


먼저 내 삶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다음으로,

그걸 받치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 혹은 철학을 생각해보면 된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공간의 상(想)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의 '삶'과 '삶에 대한 생각'을,

단편적으로 살펴보자.


필자는 글쓰기와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또,

최소 소비를 지향하며,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이는,

반응하는 삶을 너머,

주체적으로 사유하는 삶을 지향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삶이 가장 의미있는 삶이라 믿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일상은 단기반응으로 채워지기 일쑤다

스마트폰과 과잉생산된 상품들은,

호시탐탐 우리를 유혹하고,

우리는 그 유혹에,

단기보상의 형태로 중독된다.

필자는 이런 삶을 경계한다. 


그렇다면,

필자가 추구하는 삶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공간은,

어떤 공간일까?


평소에는 배경으로 물러서 있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레,

벽면의 질감에 집중하게 되고,

시간에 따라 빛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분위기에 몰입하게 되는,

그리하여,

평상시 도달하지 않던 지점에,

천천히 그리고 깊게,  

나의 감각이 도달하게 되는 공간,

이런 공간이,

사유의 공간으로 제격일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의 공간은 미니멀해야 한다.(1)

단편적인 얘기지만,

필자의 경우는 그렇다.



집을 구매하지 않고,

짓겠다면,

기성품 소비자 이상의 고민이 필요하다.

내 삶을 제대로 담기 위해서다.


하지만,

집을 지으려는 이의 고민은 보통,

'사양선택'과 '이미지 참조'에 머문다.

예를 들어,

방의 크기와 개수 그리고 창의 크기와 마감재 사양과 함께,

핀터리스트의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집을 지으려면,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을 짓는 이유가 퇴색된다.

그리고,

본인도 모르게,

아쉬운 결과로 귀결된다.

그러니 내 집을 짓겠다면,

내 삶의 근본부터 천천히 들여다봐야 한다. 




(1) 스타일로서의 미니멀리즘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미니멀리즘의 본질은 질감과 색상 등 물성을 깊게 감상하게 만드는 데 있다. 건축과 인테리어에 있어 미니멀리즘이 하나의 스타일로 소비되는 것은 미니멀리즘을 피상적으로 이해한 결과다.   










작가의 이전글 집짓기를 순서대로 이야기해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