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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누 Jul 10. 2024

머끄를 아시나요?

머끄는 머리끄덩이를 잡고 일으켜주는 혹은 같이 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어린 시절 울고 있는 저를 일으켜 세우고 끌고 가다시피 했던 엄마의 서슬 퍼렇고 힘센 팔뚝을 생각해 보세요. 엄마는 머리 끄댕이를 잡지 않았지만, 요즘 인터넷상에는 머리끄댕이를 잡혔다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나 블로그. 인스타나 단체톡에 들어가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할 것 같고, 또 그렇게 억지로 하다 보면 하게 되는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궁금한 게 있는데요.

 머리채 잡혀서 끌려가는 사람이 힘들까요? 끌고 가는 사람이 힘들까요? 



당연히 끌고 가는 사람이겠죠. 예전에는 선생님이나 선배님들이 있었다면 요즘은 머리 채를 끌어주는 방장이나 주선자가 있습니다. 일반 회원들보다 훨씬 부지런하고 열심히 자기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죠. 그 와중에 회원들까지 끌어야 하니 힘은 또 얼마나 들겠습니까? 그래서 전 언제나 끌려가는 쪽을 선택합니다. 



 2년 전에 중학교 동창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 번도 통화를 하지 않았던 사이였습니다.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 뿐이지 왕래가 없었는데, 느닷없이 중학교 골프모임 회장이라며 제게 들어오라고 권하는 겁니다. 아는 친구(동창이 아니라)도 없고, 골프도 잘 못 쳐서 못 한다 했더니 회장인 동창이 다 괜찮다며 자기만 믿고 들어오라는 것입니다. 매일 전화해서 설득하는 그 아이를 보며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뻐대길까 싶어 골프모임에 가입했고, 한 달에 한 번 공을 치러 갑니다. 



아무리 중학교 골프모임이라고 해도 점수가 바로바로 눈에 보이니 은근 신경이 쓰이더군요. 남편하고 칠 때와는 달리 정신 바짝 차리며 공을 쳐서 그런지 남편과 나갈 때보다 점수가 잘 나옵니다.


시간이 맞지 않아서, 몸이 불편해서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골프 연습을 게을리하는 제게 한 달에 한 번 있는 골프모임은 좋은 자극제가 됩니다. 그때 제게 강력하게 가입을 권했던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건 또 있습니다. 주말 새벽을 여는 독서모임이 그것인데요. 온라인에서 만나는 독서모임이라 큰 부담이 없고, 결이 맞는 사람들이라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을 알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7월 독서모임을 하는데 선정도서가 <나는 오늘도 달린다>였습니다. 달리기 초보가 쓴 달리기와 인생에 관한 이야기인데, 대화가 자연스럽게 운동으로 이어졌어요.



달리기는 하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난다. 무릎 아팠던 경험이 있어서 힘들다. 나도 무릎이 아프다. 하는 말이 오가는 중에 회원 중 한 분이 우리 나이에는 무릎 보호대를 해서 달려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보호대를 선물로 보내주신다는 겁니다.



공짜는 양잿물도 먹는다는 속담은 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회원님들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독서모임에 활기가 돌았습니다. 그 기세를 이어 우리도 운동하자. 달리자. 인증하자.로 이야기가 흘러갔고, 느닷없이 독서모임 단체톡과는 별도로 매일 운동해서 인증하는 단체방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오늘 빗 속을 뚫고,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이걸 받은 이상 저는 달려야 합니다. 당장 달리는 건 힘들 테니 먼저 걷고 뛰기를 할 예정입니다.



운동도 공부도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합니다. 혼자서도 잘하면 정말 좋겠지만, 평범한 사람이 꼼짝하기 싫다고 뻐대기는 몸의 저항을 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머끄입니다.



나보다 한 발짝 앞선 사람에게 머리끄덩이를 맡기세요. 그리고 끌려갑니다. 몸에 익을 때까지. 혼자 설 수 있을 때까지. 둘러보면 도움을 청할 사람도 도와줄 사람도 어딘가에 존재합니다. 저도 언젠가 누군가의 머리채를 잡아 끌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리며 오늘도 기꺼이 제 머리채를 맡깁니다.


당신의 머리채는 안녕하신가요?



어떤 인생이든 그 안에 절망과 희망이 함께 깃들어 있고 작든 크든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게 도와줄 지푸라기를 잡고 싶어 하는 건 모두가 똑같아요. 하지만 어떤 지푸라기를 쥘 건지는 스스로 정해야 하죠.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 내미는 지푸라기는 잡아봤자 금세 가라앉을 테니까요.  손원평의 장편 소설 <튜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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