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자유!!
제주도 토박이인 나에게 바다는 반드시 건너야 할 그러나 건널 수 없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바다를 보며 꿈을 꾸었지만, 바다가 항상 발목을 잡았다.
바다를 건넌다는 것은 돌아오지 못할 것을 전제로 했다.
선택과 용기가 필요했다.
바다 앞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어딘가를 그리워하는 걸로 세월을 보냈다.
바다는 나를 구속하고, 한계를 지었다. 바다가 육지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 없이 나갔다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곳이라면 멀리 갔다가 시치미떼고 돌아올 수 있을텐데. 바람 불어 비행기 못 뜨고, 눈 내려 비행기 없을까 걱정하느라 나가지 못하고 살았다. 일탈은 꿈도 꾸지 못하며 그렇게 살았다.
친구의 중학교2학년인 딸이 혼자 서울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에 갔다 왔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친구는 그게 뭐 놀랄 일이냐고 되물었다. 서울에 혼자 가 본 적이 없는 네가 이상한 거 아니냐고 반문하는데,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따지고 보면 아무도 나에게 가지 말라고 한 적이 없었다.
말리는 사람도 막는 사람도 없었는데, 혼자 단정하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바다만 원망하고 탓했다.
신체적 자유는 있었으나 정신적 자유가 없었다.
내가 나를 구속하고 억압했다.
그러면서 틈만 나면 '자유'를 외쳤다.
마음 감옥의 열쇠는 나에게 있었다.
그걸 모르고 누가 열어주길 바라며 살았다.
새벽독서를 하며, 나에게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기뻐하며 내가 만든 마음의 감옥에서 빠져나왔다. 엄마, 아내, 며느리, 딸이라는 역할의 감옥문을 열고, 오롯이 '나'라는 사람으로 세상과 마주했다. 두려웠지만, 할 만 했다. 여전히 나를 흔드는 것들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외부환경은 바뀌지 않았다. 역할 또한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건 나 하나뿐인데, 그걸로 나는 마음의 자유를 얻었다.
원하는 것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았다. 그건 달콤한 잠을 포기하게 만드는 강력한 유혹이었다. 일어나는 시간이 점점 당겨지고 있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 글을 쓰는 자체가 행복하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다. 정신이 자유로우니 바다는 더 이상 나를 막지 못한다. 작은 방에 앉아 세상을 누빈다. 거대한 자유를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