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딘가에
오래 전 만들어진 모래사장이 있다.
그 곳에는 수쳔년 동안 강한 파도와 뒹굴고 견디며
모래알들이 있다. 한데 합쳐져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보석이 되었다.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처음 보는 장관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 사이
누군가는 허리를 굽혀 줍고는 딴청을 피우고
누군가는 더 좋은 것을 찾아서 멀리 사라졌다.
손만 뻗으면 제 것이 되는 걸 마다하고
그저 보기만 하는 그는 누구인가.
보석을 눈에 담고 돌아와 경험담을 늘어놓는
그는 누구인가
가 본 것에 만족하며
실체없이 믿음을 강요하는 자.
가질 수 있는 것을 갖지 않았음에 의미를 부여하고
무리 속에 끼어 고독을 즐기는 그는
보이는 것을 보지 않는 자.
간절하다는 말을 간절하지 않게 하는 자.
갖고 싶다고 하지만 정작 소유를 거부하는 자.
어쩌면 그걸로 인해 바뀔 세상이 두려운 자.
욕망을 숨기느라 전전긍긍하는 자.
늘 변명을 입에 달고 사는 자.
그렇지만 누구보다 잘해내고 싶은 자.
해변가에서 보석을 잔뜩 집고 온 누군가가
손을 내밀며 같이 가자고 했다.
내가 어떻게 해?
잘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쉬운 길이 있으면 한 번 해볼까?
만가지로 뻗은 마음들이 수군거린다.
손바닥으로 귀를 막아도 들리는 소리들.
보석에는 관심이 없어요
거짓말이다.
갖고 싶은 마음보다
가질 수 없을 때의 실망감이 두려울 뿐이다
비겁하고 못났다.
청개구리처럼 마음과 다른 소리를 하고
투정처럼 글을 쓴다.
내 마음은 그렇지 않으니 제발 누가 좀 알아줘봐봐!!!
징징대다가 머리때리는 말을 들으면
그런 말을 할 줄 몰랐어. 실망이야. 하고 돌아서고
며칠을 낑낑댄다.
정작 말한 사람은 잊어버린
말을 붙들고 오래오래 자신을 괴롭힌다.
보석이 가득한 해변가를 지척에 두고
함께 갈 사람들이 끊임없이 손을 내밀고 있는데
방문을 꽁꽁 닫고 커튼을 치고 눈을 가리고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제발 문을 열어 주세요. 햇빛을 가리는 커튼을 젖혀 주세요
보이는 것들을 보는 눈을 갖고 싶어요.
멋진 해변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몰려와 방문을 두들겼다.
때가 되었다.
일어날 시간이다.
커튼을 젖히고, 문을 연다.
보는 사람에서 하는 사람이 된다.
소설가가 꿈이라고 하면서 소설을 쓰지 않았습니다.
책을 좋아하기만 했지 책에서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25년 1월 <엄마의 유산>이라는 거대한 배에 올라타서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일 년동안 항해하며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안에서 요동치는 감정들을 만났습니다. 못난 나를 만날 때마다 좌절하고 실망했지만, 토닥여주는 작가님들 덕분에 항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 형식으로 적으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쉽게 시작했습니다.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엄마인 동시에 나를 찾아야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컴컴한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에게 한 줄기 등대빛이 희망이듯
길 잃은 자들이 고개를 들어 북극성을 찾듯
<엄마의 유산>은 제게 가야할 곳을 알려주었습니다.
이제 저는 보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11월에 그토록 바라던 단편소설집 <당신의 안녕>을 출간했고,
12월에 엄마의 유산 <살아버리는 힘, 살아벌이는 짓>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26년 1월 17일
우리는 또다시 해보지 않은 일을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누구도 한 적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잘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확실한 것 하나는 있습니다.
그 믿음 하나를 갖고 갑니다.
오랜세월동안 거센파도에 뒹굴고 시달리며 모래알들은
서로 뭉쳐 스스로 보석이 되었습니다.
<엄마의 유산>을 쓰며 만나고 있는 작가님들이 제게는 보석입니다.
그리고 저는 더 이상 보석을 바라보며 감탄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작가님들과 한데 어울러져 단단하고 빛나는 보석입니다.
홀로 있어도 빛나고 함께 있으면 보는 이의 눈을 멀게하는 반짝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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