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글을 왜 쓰는지 모를 때가 있다.
사실 요즘 늘 그런 상태다.
노트북을 켜는 것이 습관이고
책을 읽고 필사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글을 쓰는 건 아직도 어렵고 힘들 때가 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영감을 잡기 위해
손가락을 쉬지 않게 움직이는 일도 없다.
신이 나서 줄줄 글을 써 내려간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쥐어짜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생각날 때만 글을 썼더니
이 빠진 것처럼 듬성듬성한 게 보기에 좋지 않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요즘은 더 많이 읽고, 듣는다.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검은색은 글씨고 하얀색은 바탕이다.
친구의 글쓰기가 130일을 넘어가고 있다.
친구의 글이 가슴에 박혀 며칠 낑낑댔다.
글은 마음을 드러낸다.
그 많은 걸 품고 무슨 마음으로 살았을까.
친구의 글이 아프다.
친구는 내가 보낸 키워드를 숙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종일 글쓸 생각만 했다.
자연스럽게 마음속 이야기가 흘러나왔을 것이다.
신기하지 않았을까?
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돌아가신 엄마얘기를 쓰며 친구는 많이 울었다고 한다.
막내아들이 태어난 날,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을 나는 친구의 글을 통해 알았다
14년 동안 친구는 입으로 말하되 마음을 닫고 살았다.
이제냐 천천히 풀어놓는 친구의 말이 글로 나온다.
그걸 읽다 보면 가슴이 저려서 글을 쓸 수가 없다.
서툴고 투박하지만, 진심으로 써 내려간다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적합한 단어를 떠올린다.
친구는 글 쓰느라 흰머리가 늘었다고 하지만,
멈출 생각은 없다고 한다.
나는 글을 왜 쓰는 것일까?
하얀 길
-레마누-
하얀 길을 따라 걸어라
크고 넓은 길 옆으로 난
하얀 길에서 길을 잃어라
그곳은
이정표도 목적지도 없는
추월도 속도제한도 없는
말하는 자 없어도 들리는
하얀 길을 따라 걸어라
하늘 보고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가시덩굴에 들어갔다 잔가시 박히면 빼내고
헛짓거리하며 실실 웃음이 나오는
아무도 없지만 모든 것이 존재하는
그 길을 홀로 걸어라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존재하지만 알지 못했던
늘 궁금했지만 머뭇거렸던
드러내지도 요구하지도 유혹도 없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작고 길게 이어진 하얀 길
그 길에 들어서면 반드시 길을 잃어라.
길을 잃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제시간에 도착하려고 버둥거리며 살았다.
다른 사람들이 몰려가는 그곳을
다른 사람들이 뛰고 있기에 같이 뛰어가며
어떤 날은 잘 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정작 눈은 다른 곳을 보고 있는데
마음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데
들킬까 봐 꾸미고 아닌척하고
괜찮다는 말로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큰길은 안전하고 편하고 좋다. 우르르 몰려다니면 위험도 적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하얀 길은 미지의 세계다. 1월 17일 우리는 미지의 세계에 뛰어든다. 아이들을 키우고, 새벽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엄마들이 모여 <낭독극>을 공연한다.
요즘 나는 하얀 길에서 매일 놀고 있다. 목소리톤을 찾고, 배에 힘을 주고, 시선을 고정시키는 연습을 하고 있다. 혼자 줌 앞에 서서 큰소리로 편지를 낭독한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재미있다. 재미있어서 일단은 한다.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싶다.
그렇게 나처럼 신난 엄마들이 모였다.
글을 왜 쓰는지는 몰라도 글을 쓴다.
꾹꾹 마음을 눌러쓴 편지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엄마다.!!
아이들에게 정신을 들려준다!!!
나의 목소리로 나의 글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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