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은 있습니다만

실천도 하고 싶습니다만

by 레마누

살면서 꼭 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수영이다. 여행관련 영상을 보면 사람들은 참 잘도 물에 뛰어든다. 배를 타고 가다가 바다에 풍덩하고, 얼굴만 내밀거나 밧줄을 타고 가다 툭 하고 물에 떨어지거나 경치좋은 곳에서 그럴듯한 자세로 다이빙한다. 저마다의 폼으로 자유럽게 물에 뛰어드는 것. 그것은 나의 로망이다.


딱 한번 용기를 내서 수영강습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일 년동안 기초반에서 중급반까지 올라갔다. 그때 만난 수영코치의 말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잊혀지지 않는다

-몸이 나무토막같아요.


나는 물에서 자유롭기를 원했지만, 물에만 들어가면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고개를 들어서 숨을 쉬어야 하는데, 어떻게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야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물 속에 들어가면 편안함과 동시에 공포가 밀려왔다. 집에서 십 분이면 경치좋은 해수욕장이 있었지만, 수영을 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철이 되면 바다에 자주 갔다. 트럭뒷칸에에 앉아 튜브를 꼭 잡고 아빠를 따라다녔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편한 반바지차림으로 해수욕장에 갔다. 키가 큰 아버지는 바다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갔고, 물이 허리까지만 와도 겁먹은 나는 튜브가 없으면 꼼짝을 못했다. 동생들이 개헤험이라도 쳐 보겠다고 바닷물에 몸을 맡겨도 나는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우리 셋을 데리고 인적이 뜸한 곳으로 갔다. 아버지는 정말이지 우리를 바다에 던지듯이 집어 넣었다. 동생들은 꺅꺅 소리를 지르며 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후에 얼굴만 내밀었다. 물 속에서 팔과 다리를 제 마음대로 휘두르며 어떻게든 물에 뜨려고 했던 동생들은 지금 수영을 잘한다.

얼른 도망가려고 일어서려다 아빠에게 잡혔다. 나도 던져졌다. 으악...

그대로 끝이었다. 나는 물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본능적인 허우적거림도 없었다. 오랫동안 숨을 쉴 수 있기를 바라며 기다렸다. 놀란 아빠가 나를 꺼내줄때까지.

아빠는 포기하듯 말했다

-너 같은 애는 처음본다.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바다수영을 하고 싶은 나는 누구보다 바다를 무서워한다.


새벽독서시간에 지담작가님이 바다위에 집을 짓는 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새가 물고기뼈등을 이용해서 집을 짓고, 바다에 갖다 놓으면, 파도와 물고기들이 새집을 툭툭 쳐서 단단하게 만든다고 했다. 물결위에 떠 있으되 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파도는 새가 알을 낳을 때까지 성질을 죽이고 기다린다.

새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믿기에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알을 낳는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어린 시절 빠져서 허우적거리던 동네앞바다가 떠올랐다.

새는 불안함이 없었을까?

좀 더 잘 만들어서 절대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해야지. 하는 마음이 없었을까?

완벽하지 못하면 어쩌지? 라는 불안 속에는

나는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자만이 들어있었던 건 아닐까?


내 몸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자만이 들어가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전적으로 내맡기려면 힘이 하나도 있지 않아야 한다. 나는 다른 힘을 믿지 않았다. 내 힘으로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리석은 생각을 하면서도 왜 나는 안될까? 고민하느라 다른 곳을 보지 못했다.


사본 -sea-931164_1280 (1).jpg 출처 : 픽사베이


놔두면 절로 흘러가는 것을

힘을 빼고 누우면 둥둥 뜨는 것을

굳이 나서서 물길을 만들겠다고 애쓰고

어떻게든 원하는 대로 해보겠다고 힘을 주고 사느라

늘 동동거렸다.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부끄러웠나부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면서 못난 나를 마주할 용기가 조금씩 생긴다.


수영장에서 가장 활기찬 사람들은 알록달록한 수영복을 입은 고급반 할머니들이다. 나도 그렇게 나이들고 싶다. 지금 수영을 배우면 힘을 좀 뺄 수 있으려나. 힘을 줘야 할 때와 빼야 할 때를 자연스럽게 알고 싶다.

keyword
이전 29화나를 기다리는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