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연들은 대부분 주조연 배우들을 더블, 트리플 캐스팅으로 하는 편이 대부분이고 요즈음은 한 배역에 네 명이나 다섯 명의 배우까지도 캐스팅하기도 한다. 원캐스트로 진행되는 것은 공연 기간이 아주 짧거나 앙상블인 경우가 많다. 반면 영국에서는(다른 나라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서 영국으로 한정함) 모든 배역이 기본적으로 원캐스트이고 해당 배우가 쉬거나 아플 때에는 언더스터디, 또는 스윙이 대신 공연을 하며,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른 배우로 바뀐다.
Cabaret도 처음 공개된 캐스트였던 MC역의 Eddie Redmayne과 Sally Bowles역의 Jessie Buckley가 약 4개월간 공연을 진행했고 그 이후에 주연배우들이 교체되었다. MC역에는 Fra Fee, Sally Bowles역에는 Amy Lennox 배우가 맡았다. Eddie와 Jessie를 너무 사랑했어서 바뀐 배우로 처음 관람했을 때에는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 배우들도 워낙 잘 하고 자신만의 느낌을 잘 살려서 결국에는 또 사랑하게 되었다.
Eddie Redmayne이 워낙 유명한 배우이다 보니 그의 공연을 봤다고 하면 어땠는지 궁금해 하고 Fra Fee와 둘 중에 누가 더 낫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더 잘 하고 못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느낌과 분위기가 달라서 어느 한 명을 꼽기가 어려웠다. Fra는 말하자면 온도차가 커서 공연의 시작과 끝의 느낌이 굉장히 다른 편이었다. 처음에 웃으면서 장난꾸러기처럼 등장하지만 마지막에는 냉랭함이 감돌았다고 해야 할까.
Jessie와 Amy의 Sally Bowles도 굉장히 달랐다. 키가 크고 다부진 편인 Jessie가 외강내유의 이미지였다면, Amy는 체구가 굉장히 작은데 뿜어내는 에너지는 남달랐다. Sally의 인생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2막의 솔로 넘버인 Cabaret에서 Jessie는 마지막 끝음 대신 오열을 해서 나를 늘 울게 만들었는데, Amy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겠다는 것처럼 끝까지 고음을 올려서 매번 소름 돋게 했다.
Cabaret는 본공연도 멋지지만 Prologue라고 하는 하우스 오픈 전의 미니 공연도 정말 매력적이다. Prologue는 본공연과 다른 연주자들과 댄서들이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다가 하우스 오픈 약 5분 전부터 메인 Bar에 자리를 잡고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장 문이 열린 다음에는 객석과 무대를 휘젓고 다니면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이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해서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국의 여러 공연 관계자분들, 제발 Cabaret 이번 리바이벌 레플리카 버전으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할 수 있게 힘써 주세요.